[비즈니스포스트]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뒤 첫 임원 인사로 금융감독원 출신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를 영입했다.

CRO 직위도 기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한 단계 높아졌다.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있어 전국 점포망 구축을 위한 위험 관리에 신경을 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DGB금융 황병우 첫 인사는 위험관리책임자, 시중은행 전환 위한 준비작업

▲ 박병수 신임 DGB금융 부사장. < DGB금융그룹 >


12일 DGB금융에 따르면 임기를 마친 신현진 CRO(전무)에 이어 박병수 그룹리스크관리총괄(CRO) 부사장이 지난 4일 새로 선임됐다.

박병수 부사장은 1966년 태어나 대구 계성고등학교를 거쳐 경북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학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대구은행 연구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는 금융감독원에서 일한 뒤 삼일PwC컨설팅을 거쳐 나이스평가정보와 나이스신용정보에서 최근까지 근무했다.

황병우 회장이 3월 말 취임 뒤 첫 임원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이다. 박 부사장이 사회생활을 대구은행에서 시작했어도 20여년 만에 DGB금융으로 돌아온 만큼 내부 승진인사로는 보기 어렵다.

더구나 황 회장은 CRO 직위를 기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올려 리스크관리에 힘을 실었다.

박 부사장 합류로 DGB금융지주 임원진에서 부사장이 3명으로 늘었다. 김태오 전 회장은 재임 기간 지주 임원진을 상무와 전무만으로 꾸렸다. 그러다 지난해 말 내부통제와 지배구조·이사회 운영을 맡은 임원 둘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박사 학위를 지녔다는 점도 박 부사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CRO 가운데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은 없다. 4대 금융 CRO는 은행 여신심사 혹은 지점 리스크관리를 경험한 이들이 대부분으로 대학원을 거쳐도 석사 학위에 그친다.

박 부사장은 황 회장과 이력과 다수 겹치는 점도 눈에 띈다.

황 회장은 박 부사장보다 한 살 아래인 1967년생으로 경북대학교에서 경제학으로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대구은행 연구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황 회장은 박 부사장에게 특히 기업금융 관련 리스크관리 기대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박 부사장은 금감원에서 10년 가량 일하며 은행감독국 바젤전담팀장과 금융리스크제도실 은행팀장 등으로 일한 리스크 전문가다.
 
특히 전 직장인 나이스평가정보에서 기업부문장으로 일한 만큼 은행권 격전지로 여겨지는 기업금융 부문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DGB금융에 따르면 황 회장은 전임 CRO와 달리 박 부사장이 계열사 직무를 겸직하지 않고 그룹 총괄 리스크관리 역할에 집중하도록 했다.
 
DGB금융 황병우 첫 인사는 위험관리책임자, 시중은행 전환 위한 준비작업

황병우 DGB금융 회장이 3월28일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DGB금융그룹 >


김태오 전 회장은 지주 CRO가 하이투자증권 CRO를 같이 맡도록 했다.

또한 김 전 회장이 2022년 분리한 은행 CRO의 임기도 올해 말까지 남아 있다. 이전까지 대구은행 CRO와 DGB금융 CRO는 겸직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DGB금융의 당면 과제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빠르면 18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결정된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점포망이 전국으로 확장돼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와 불확실성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황 회장이 금융지주 차원의 안정적 리스크 관리에 힘을 실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황 회장은 취임사에서 “(DGB금융) 외형은 크게 성장했고 핵심계열사를 잘 갖췄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며 “한 톨의 밀알이 심어지고 12년의 세월이 지나 11개의 밀알이 자라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여물지 않은 부분이 있어 지금 이 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부사장 임기는 2년으로 2026년 4월3일까지다.

DGB금융 관계자는 “신임 CRO는 금융감독원과 신용정보평가 회사 등에서 리스크관리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했다”며 “리스크관리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