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식 수익모델 따라가는 컬리, 김슬아 올해 흑자 가능성 높인다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가 쿠팡과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컬리가 쿠팡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컬리는 최근 유료멤버십을 통한 충성고객 확보, 물류센터 확장에 따른 배송 권역 확대 등에 힘을 주고 있는데 이는 모두 쿠팡이 걸어갔던 길과 닮아 있다.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가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전략을 벤치마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5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최근 컬리가 보여주는 행보의 가장 큰 특징은 쿠팡이 시도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전략들에 힘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유료멤버십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컬리는 최근 유료멤버십 서비스인 컬리멤버스에 가입한 고객을 위한 특별 혜택을 마련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꾸그와 손잡고 ‘우리 가족을 위한 프리미엄 부모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라이브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다.

연사로 초청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컬리의 주된 고객층인 3040세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와 김미경 강사, 최민준 자라다남아미술연구소 대표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자녀 교육과 관련해 여성들에게 온오프라인에서 역량을 두루 인정받고 있다.

컬리는 오직 컬리멤버스에 가입한 사람만 이 강연들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컬리멤버스 가입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멤버십 전용 혜택을 마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컬리멤버스는 컬리가 2023년 8월 출시한 유료멤버십 서비스다. 월 이용료 1900원을 내면 10배 이상의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독형 멤버십이다.

컬리는 현재 이 멤버십 출시 이후 가입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서비스를 내놓은 뒤 가입자가 점차 늘어나고 재구매율도 증가하는 등 고객 묶어두기(록인) 효과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컬리가 컬리멤버스 전용 혜택을 강화하는 것은 곧 이런 선순환 효과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컬리멤버스 전용 혜택 강화는 쿠팡이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 가입자 수를 확대하기 위해 썼던 전략과 흡사하다.

쿠팡은 와우멤버십에 가입한 고객만을 위해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쿠팡플레이를 제공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에서는 와우멤버십 가입 회원에서 10% 무제한 할인 혜택도 주고 있다.

쿠팡은 멤버십 전용 혜택 확대를 통해 실제로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와우멤버십 고객 수는 2021년 말 900만 명가량에서 2022년 말 1100만 명, 2023년 말 1400만 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들은 쿠팡 내에서 구매를 자주 일으키는 핵심 고객으로 자리잡았으며 쿠팡의 흑자 전환에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와우멤버십으로 현금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와우멤버십 가격은 한 달 기준으로 1인당 약 5천 원인데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 해에만 8천억 원이 넘는 현금이 쿠팡에게 들어가는 구조다.

컬리가 쿠팡과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은 배송 권역 확대에서도 확인된다.

컬리는 최근 경주와 포항을 새벽배송 가능 지역에 포함했다. 이른바 컬세권(컬리와 역세권을 합친 말로 컬리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지역을 뜻함)을 확장한 것이다.

특히 쿠팡이 진입하지 않은 지역에 컬리가 먼저 들어갔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쿠팡보다 먼저 시장에 들어가 시장 수요를 잠식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컬리가 이 지역을 먼저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해 상반기 오픈한 창원물류센터가 있다.

컬리는 지난해 상반기에 동남권 물류를 처리하기 위해 경남 창원시에 수도권 밖 첫 물류센터인 창원물류센터를 만들었다. 과거에는 수도권 새벽배송만 가능했는데 물류 인프라 확대 덕분에 전인미답의 지역인 경주와 포항 진출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 전략도 이미 쿠팡이 과거 실행했던 전략과 닮았다.
 
쿠팡식 수익모델 따라가는 컬리, 김슬아 올해 흑자 가능성 높인다

▲ 컬리는 지난해 4월 경남 창원시에 동남권 물류센터인 창원물류센터(사진)를 완공했다.


쿠팡은 2010년 창립 이후 2022년까지 13년 연속으로 물류 인프라 투자에 집중했다. 전국 30여 개 지역에 물류센터만 100개 이상을 만들었는데 이에 투자하느라 낸 영업손실만 누적 6조 원이 넘는다.

쿠팡은 이 때문에 공격도 많이 받았다. 해마다 조 단위 적자를 내는 기업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김범석 의장은 물류인프라 구축 덕분에 전국 약 70% 지역을 쿠팡의 익일배송 가능 권역으로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쿠팡의 고속 성장이라는 결실을 봤다.

김슬아 대표는 사실 예전부터 이 전략을 쓰려고 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애초 기업공개를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물류인프라에 투자하려고 했지만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체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했다.

그 결과 컬리의 물류센터 확장 속도는 애초 계획보다 더뎌졌는데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창원물류센터를 통해 드디어 배송 권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김 대표의 쿠팡식 흑자 모델 따라하기 전략이 먹힌다면 컬리의 수익성도 가파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창립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월간 흑자를 냈다. 올해 초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쿠팡이 EBITDA 기준 흑자를 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온전한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는 점을 고려하면 곧 컬리가 흑자로 돌아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시각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