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중국 맞춤형 반도체' 수요 확보에 고전, 미국 규제로 타격 불가피

▲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 규제로 중국에서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제품 이미지 일부. <엔비디아>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국에서 상당한 수준의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규제에 따라 중국시장에 성능을 낮춰 선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 신제품이 현지 주요 고객사에서 외면받으며 수요 확보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대형 IT기업이 엔비디아의 신형 반도체 대신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의 반도체를 구매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엔비디아의 GPU 기반 반도체를 사들여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서비스 운영 등에 폭넓게 활용해 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엔비디아가 고성능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할 수 없게 되자 자국산 제품을 중심으로 대안을 찾고 있었다.

엔비디아는 중국 내 고객 기반을 놓칠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 규제에 맞춰 성능을 낮춘 중국시장 전용 반도체를 새로 선보이고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IT기업들이 이러한 제품을 외면하면서 엔비디아가 수출규제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기업들은 엔비디아가 중국에 반도체를 얼마나 더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을 두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추가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성능을 낮춰 공급하는 제품이 중국 반도체기업 제품과 비교해 큰 성능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수요 확보가 쉽지 않은 이유로 꼽혔다.

중국 대형 IT기업들은 미국의 규제가 본격화된 이후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의 반도체를 구매하거나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규제로 이미 중국에 수출을 앞두고 있던 수조 원 규모의 반도체 물량을 공급하지 못 하게 된 상황이다.

중국 고객사들의 잠재 수요까지 고려한다면 실적에 상당한 규모의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다만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아직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 중국 IT기업들이 엔비디아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현재 중국 클라우드 업체들이 인공지능 반도체의 약 80%를 엔비디아에서 사들이고 있는데 이 비중은 5년 뒤 50~60%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일부 고객사 수요 감소에 따른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 관점에서는 중국 매출에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규제를 준수하며 전 세계 고객사들과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는 결국 중국이 자체 기술력을 높여 대응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희생양 역할에 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