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쿠팡이 분기 기준 최대 매출과 충성 고객 2천만 명 이상 확보라는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쿠팡 시총 하루에 4조 빠졌다, 김범석 '투자 확대' 바라보는 시장은 '불안'

▲ 쿠팡이 신사업부문에서 부진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 시선도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앞으로 쿠팡의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보이면서 쿠팡의 호실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미국 현지시각 기준 8일 쿠팡 주가는 전날보다 9.9% 하락한 15.3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쿠팡 주가가 기록한 하락폭은 2022년 5월9일 22.34% 급락한 뒤 1년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쿠팡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4조 원 가까이 줄었다.

쿠팡 주가가 급락한 것은 다소 뜻밖이다.

쿠팡은 전날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창사 이래 최초로 분기 매출 8조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의 가입자 수도 처음으로 2천만 명을 넘어섰다.

호재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180도 달랐던 가장 큰 원인은 사실 쿠팡 스스로에게 있다. 

쿠팡의 3분기 주당순이익은 0.05달러였다. 애초 글로벌 금융기관은 쿠팡의 3분기 주당순이익이 0.07~0.08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30% 넘게 밑돌았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가 “3분기 순이익이 전문가 전망을 빗나가면서 매출과 활성 이용자 수의 증가가 무색해졌다”고 평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실적만으로 주가 급락을 설명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을 때도 주가가 이처럼 많이 흔들린 적은 없었다.

쿠팡 실적이 앞으로 급격하게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이 3분기에 거둔 실적을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대만사업 등을 아우르는 신사업부문의 성과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쿠팡은 3분기 신사업부문에서 매출 2억1753만 달러, 조정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1억6082만 달러를 거뒀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41.1% 늘었지만 손실 규모도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핵심 사업인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를 일컫는 제품커머스부문이 매출과 이익 모든 측면에서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는 것과 비교해 명암이 뚜렷하게 갈렸다.

사실 신사업부문은 올해 1분기만 하더라도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손실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면서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2분기에는 손실 규모가 3배 확대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적자폭 4배 증가라는 성적표를 내면서 이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는 모양새다.

신사업부문이 올해 1~3분기 누적으로 쌓은 손실은 모두 3억1565만 달러나 된다. 같은 기간 제품커머스부문이 낸 이익 10억9546만 달러의 30%가량을 깎아먹은 셈이다.

글로벌 금융기관 애널리스트들에게도 쿠팡의 부진한 신사업부문 성과는 집중 관찰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 시각으로 8일 오전 열린 쿠팡의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신사업부문의 손실 확대가 어떤 이유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앞으로도 손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지 등을 질문했다.
 
쿠팡 시총 하루에 4조 빠졌다, 김범석 '투자 확대' 바라보는 시장은 '불안'

▲ 쿠팡은 올해 신사업부문에서 조정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손실 4억 달러 이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연합뉴스>


쿠팡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신사업부문의 손실 추이에 집중됐다는 것은 앞으로 쿠팡을 향한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범석 의장도 쿠팡이 신사업부문에서 낼 손실 규모가 올해 초 제시했던 가이던스(목표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올해 신사업부문의 손실이 4억 달러 이내를 기록할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이보다 조금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김 의장은 쿠팡의 신사업부문 손실 확대가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만드는 투자 성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의장은 “대만에서의 첫 1년 성장은 한국에서의 첫 1년 성장 속도보다 빨랐다”며 “쿠팡이 계속 고객경험을 개선하고 운영 효율성을 향상시킨다면 한국에서 입증한 것처럼 성장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배달 시장의 후발주자로 여겨졌던 쿠팡이츠 사업을 놓고도 조만간 시장 점유율 20% 고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규 가맹점 확보 비용과 같은 일회성 투자를 제외할 때 규모의 경제가 커진다는 점에서 향후 이익을 낼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