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일반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IT제품에 인공지능 기능이 더해진 '온디바이스AI' 기기 확대 추세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온디바이스AI 기기에 탑재될 차세대 D램 라인업에 힘을 주면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공고히 다져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온디바이스AI’ 기기 확대 대응, 이정배 고부가 D램 라인업 확장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이 고용량 고성능 메모리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23일 전자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PC와 스마트폰 수요 회복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한 온디바이스AI가 떠오르면서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를 포함한 글로벌 인공지능 하드웨어 시장이 2022년 430억 달러(약 58조 원) 규모에서 2030년 약 2480억 달러(335조 원가량)로 연평균 24.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온디바이스AI와 AI서버 등 인공지능 산업 전반의 성장에 따라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를 비롯한 관련 하드웨어 시장은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동안 부진하던 PC와 스마트폰 수요도 최근 반등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PC와 스마트폰 수요 회복의 초기 징후를 관측했다”고 말했다.

이정배 사장은 온디바이스AI의 성장세와 IT제품 수요 회복에 올라타기 위해 고부가 메모리를 준비에 박차를 하하고 있다. 온디바이스AI 기능이 탑재된 전자기기는 AI기술이 고도화에 따라 점차 고용량·고성능의 고부가 메모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최근 온디바이스AI 기기에 탑재될 수 있는 고용량·고성능 D램으로 △7.5Gbps LPDDR5X CAMM △9.6Gbps LPDDR5X D램 △LLW(저지연 광폭 입출력) D램 등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메모리는 모두 저전력·고성능 제품인데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전자기기용으로 더욱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메모리업계 최초로 개발한 7.5Gbps LPDDR5X CAMM은 차세대 PC·노트북 D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제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전망이 밝은 온디바이스AI 기기의 확산세에 주목하고 관련 메모리 시장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메모리산업은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지만 향후 온디바이스AI 기기용 제품도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온디바이스AI 가운데 특히 AI컴퓨터 제작사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AI컴퓨터는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된 컴퓨터를 말하는데 2024년부터 전체 컴퓨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온디바이스AI’ 기기 확대 대응, 이정배 고부가 D램 라인업 확장

▲ AI컴퓨터가 전체 컴퓨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19%에서 2027년 60%까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날리스>

시장전문기관 카닐리스는 AI컴퓨터가 전체 컴퓨터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19%에서 2025년 37%로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뒤 2026년에는 53%에 이르러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사장은 모바일 부문에서도 온디바이스AI의 메모리 고객사를 넓힐 여지가 크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은 점차 고도의 AI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온디바이스AI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있다. 

팁스터(IT정보유출자) 아이스유니버스는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가 이르면 내년 1월에 출시할 스마트폰인 갤럭시S24 시리즈를 두고 “다양한 AI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며 “갤럭시S24는 AI폰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애플 역시 아이폰의 AI기능 개선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온디바이스AI 기기용 메모리의 고객사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2024년 출시되는 제품에 생성형AI 기술이 적용된 시리(애플의 음성인식비서)를 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기기에 생성형AI를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애플은 생성형AI를 온디바이스AI 형태로 구현할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선보일지 혹은 두 방식을 섞은 하이브리드 형태를 채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클라우드 방식은 서버의 대규모 연산처리 장치를 동원할 수 있는 만큼 복잡한 작업이 가능하지만 온디바이스AI는 서버를 통하지 않는 만큼 작업이 빠르고 보안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온디바이스AI는 별도의 네트워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시간 번역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온디바이스AI는 기존에 클라우드 서버가 정보를 처리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이 정보를 수집하는 등 담당역할을 나누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없는 영역이 떠오르면서 함께 부각되고 있다.

일례로 웨어러블 기기는 이용자의 신체에 부착돼서 실시간으로 생체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데 인공지능 기술이 서버를 통하면 정보처리 지연이 발생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이처럼 전자기기에 인공지능 기능을 직접 탑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자 온디바이스AI가 부각되는 셈이다.

사용자와 직접 접촉하는 하드웨어에 AI가 결부된 형태의 온디바이스AI는 환경을 직접 경험하고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실제 사용하는 사람에게 더욱 적합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정배 사장은 삼성전자 뉴스룸에 실은 기고문에서 “PC와 스마트폰과 같이 사용자의 기기에서 AI를 구현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AI가 확산되면서 메모리 응용처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데이터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메모리 본연의 기능인 데이터 저장뿐 아니라 연산 기능까지 추가로 요구되면서 메모리의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