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가 계열사의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의 비용효율화 작업과 함께 올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 구조조정 사업구조 개편 잇달아, 투자총괄 대표 배재현 존재감 커져

▲ 카카오가 계열사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하면서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17일 카카오 계열사들에 따르면 인력과 사업구조 측면에서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전날 미디어간담회를 통해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 사내독립기업(CIC)이던 'AI Lab'이 분사해 2019년 12월 출범한 기업이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물류 관련 사업을 전개했지만 각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적자에 허덕였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633억 원, 영업손실 1405억 원을 거뒀다. 2019년부터 4년 연속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적자규모도 47억 원, 368억 원, 900억 원, 1405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결국 지난 12일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사내 공지를 통해 "성장성과 투자 가치가 높은 클라우드 사업을 중심으로 회사 전체를 개편하는 활동이 본격 진행될 것이다"며 "상대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비핵심사업들은 철수, 매각, 양도를 적극 알아보고 추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백상엽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이경진 클라우드 부문장이 신임 대표로 17일 선임됐다. 백 대표는 자진 사임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경질됐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비핵심사업의 철수와 매각, 양도 등을 언급하자 대대적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경진 신임 대표는 클라우드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되 다른 사업들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백 전 대표의 발표를 정정했지만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경진 대표는 16일 미디어간담회에서 “구성원의 해고 여부 등은 명확히 정해진 바가 없는 사안이다”며 “내부 논의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사업구조 개편은 배재현 투자총괄이 '경쟁력 낮은 사업 정리'에 대해 언급한 지 열흘 만에 발표됐다.

배 투자총괄은 5월4일 진행된 카카오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 공동체는 전체적으로 비용을 효율적으로 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경쟁력이 낮은 사업은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1178억 원의 유상증자와 1천억 원의 자금대여 등 총 2178억 원을 수혈했지만 그럼에도 4년 연속 적자가 확대되기만 하자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사업구조 개편과 구조조정은 지난해 7년 만에 적자를 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1조1천억 원을 들여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를 인수한 뒤 작년에 두 회사를 합병해 통합법인을 출범하면서 직원의 30%를 정리해고 했다. 새로 출범한 타파스엔터테인먼트의 한국 법인은 올해 4월 청산에 들어가 직원 일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TV에 제공하는 유료콘텐츠 제작도 중단했고 카카오페이지의 '채팅소설' 서비스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배 투자총괄은 4일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사업에 대한 효율적 사업구조를 위해 구조조정과 조직통합을 진행해왔다"며 "올해 점진적 개선을 보여줄 것이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 15일 포털 '다음' 사업부문을 분리해 사내독립기업으로 설립했다.

카카오는 신속하고 독자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체계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포털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네이버에 경쟁력이 밀린 다음을 독립기업으로 분리해 매각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가 그룹 전체적으로 비용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21년보다 2.4% 감소하며 2018년 이후 4년 만에 영업이익이 후퇴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55.2%나 줄었다.

카카오는 올해까지 AI와 헬스케어, 클라우드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이 분야에서만 3천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카카오는 경쟁력 낮은 사업과 인력을 정리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인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없는 카카오에서 배 투자총괄의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배 투자총괄은 2015년 카카오에 합류해 빅딜팀장, 투자전략실장 등을 역임했고 2020년부터는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수석부사장에 올랐다.

그는 카카오 그룹에서 사실상 재무분야 수장 역할을 담당하며 올해 초 투자총괄대표 사장으로 승진한 뒤 이사회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가 지난해 ESG 분야를 총괄하는 역할로 공동 대표로 선임된 만큼 카카오의 재무적, 사업적 결정에는 배 투자총괄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될 공산이 크다.

배 투자총괄은 2018년 카카오에 대한 1조 원 규모의 해외투자 자금 조달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올해 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1조1500억 원 규모의 해외투자 유치도 앞장서서 이끌었다.

카카오는 올해 3월 배 투자총괄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자본유치 및 투자측면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 진출 및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등 기업가치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배재현 후보가 주요 경영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미래지향적 가치를 구현하는 등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