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며 자금조달이 급한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위해 스팩(SPAC)에 몰리고 있지만 스팩주를 향한 투자심리는 악화됐다. 

올해 스팩 신규상장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스팩주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스팩주를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공개시장 한파로 기업들 스팩상장에 몰려, 투자자는 스팩주에 무관심

▲ 23일 상장한 스팩 가운데 하나금융스팩25호(-4.7%), 상상인스팩3호(-1%), 대신밸런스스팩11호(-3.5%) 등이 이날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를 기록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상장한 스팩 가운데 하나금융스팩25호(-4.7%), 상상인스팩3호(-1%), 대신밸런스스팩11호(-3.5%) 등이 이날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로 장을 마쳤다.

하나금융스팩은 공모가 1만 원에 10월20일 상장한 뒤 주가가 공모가 위로 올라선 적이 없다. 

스팩은 비상장 우량 기업을 발굴해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인수목적회사다.

스팩 투자자는 스팩 합병을 통한 추가 수익을 기대하고 스팩주에 투자한다. 만약 3년 안에 합병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청산 시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어 스팩주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는 일은 드물었다.

스팩은 원금을 보장하며 꾸준한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불황 속 안정적 투자처로 꼽혀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기도 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못 받고 있다.

앞서 10일 1천억 원 규모의 미래에셋드림스팩10호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상장 철회를 결정하기도 했다. 스팩 상장이 철회된 것은 2011년 이후 약 10년 만의 일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 되면서 스팩주의 위치가 애매해진 점이 투자심리를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이날 여섯 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넘고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6% 수준인 가운데 스팩 이자율은 1~2%에 불과해 예적금 등 다른 안전자산 대비 투자매력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팩 합병에 따른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 점도 한몫했다.

증시 침체가 이어지며 스팩 합병 자체도 어려워졌고 간신히 스팩 합병에 성공한다고 해도 합병 이후 주가가 오히려 낮아진 종목이 나타나 결국 스팩 전반의 매력이 떨어지게 됐다.

올해 스팩 합병한 14개의 기업 중 누보(-26.75%), 웨이버스(-54.30%), 하이딥(-34.4%), 모비데이즈(-48.71%), 솔트웨어(-26.64%), 밸로프(-31.44%) 등의 종목이 이날 종가기준으로 합병상장일 종가 대비 주가가 내렸다. 

이 가운데 누보, 웨이버스, 하이딥, 모비데이즈, 밸로프, 태성, 솔트웨어, 모코엠시스, 밸로프 등 9곳의 기업은 스팩상장 공모가 대비 낮은 수준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스팩 합병에 이르는 과정 자체도 험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IBSK제13호스팩은 스튜디오삼익과의 합병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면서 스팩 합병에 실패했다. 2012년 이후 10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이 경기침체에 냉각되면서 스팩 합병을 원하는 기업들은 늘어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스팩 합병을 통해 증시에 우회 상장할 수 있는 만큼 자금조달이 급한 기업들이 스팩 합병에 몰리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부 37건의 스팩 신규상장이 이뤄졌다. 연말까지 대기하고 있는 상장 건이 있어 역대 최다 수준의 스팩 신규상장을 기록했던 2015년(45건)의 기록을 올해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스팩 합병도 전부 14건 이뤄졌으며 2개의 스팩 합병이 추가로 예정돼 있다. IPO시장이 호황이었던 지난해(15건)보다도 1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