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알파세대가 이끄는 기후활동 '티키타카', 파키스탄의 툰베리 만나다

▲ 파키스탄 출신 기후 운동가 유수프 발루치가 비즈니스포스트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기후운동을 하고 있는 발루치. <유수프 발루치 인스타그램> 

[비즈니스포스트] “기후운동에는 많은 자원이 필요하지 않다.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충분히 참여를 할 수 있어서다.”

MZ와 그 뒤를 잇는 알파세대에게 정형화된 기후운동이란 없다. 알록달록한 기후운동 게시물로 가득찬 유수프 발루치의 인스타그램은 좋아요와 댓글로 넘친다. 
 
그의 인스타그램에 독일인이 댓글을 달자 그는 '티키타카'로 응수했다. "너의 참여가 고마워. 독일 감사!"

파키스탄 출신 기후운동가 유수프 발루치는 올해 18세로 MZ세대 기후 운동가다. 그는 1년 전부터 영국 런던에 살고 있지만 온라인으로 파키스탄 기후 운동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를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18일 발루치와 영어로 화상인터뷰를 진행했다. 파키스탄인 억양의 영어발음을 기자가 알아듣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는 한국 독자들에게 기후변화 위기를 알리고 함께 행동할 것을, 특히 MZ세대의 관심과 참여를 적극 호소했다.   

첫 질문에 자신의 소개를 해달라고 했더니 직업이 3개라고 했다. 학생,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 풀타임 기후운동가다.  

그가 이끌고 있는 단체의 규모를 묻자 세기가 어렵단다. 아니 운영자가 숫자를 모른다고?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규모나 멤버 수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회원제가 아니라 참여제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정회원이나 준회원처럼 구분을 두지 않는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스웨덴의 기후활동가 툰베리가 설립한 기후단체다.

발루치는 마파(MAPA)라고 불리는 파키스탄 지역 그룹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 마파'의 운영자다. BBC나 독일의 도이체벨레등 외신과 인터뷰도 진행하는 등 기후변화와 관련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발루치는 파키스탄의 남서부 지역에 있는 바루치스탄 출신이다. 

그는 6살 때 홍수로 집을 잃었다. 그 해가 지나고도 그의 가족은 비 피해로 여러 번 무너진 집을 목격해야 했다. 발루치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정말 슬프고 악몽 같은 기억이었다. 그 때는 늦은 밤이었고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이동했다. 그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마을 전체가 파괴됐다.”

개인적으로 겪은 슬픔은 그를 각성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그 홍수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등 다른 나라라면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 문제를 대응하겠지만 파키스탄에는 그런 자원이 부족하다.” 

파키스탄은 6월 내린 역대 급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1700명가량이 숨지는 등 기후변화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어린이 348명이 사망하고 파키스탄 전체 인구의 15%에 이르는 3천만 명이 홍수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를 봤다.

수해로 주택은 약 49만 채가 일부 혹은 완전히 파괴됐고 3451km에 이르는 도로가 유실됐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심각한 기후변화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나는 선진국 사람들이 이 지역들의 엄청난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최근 그의 관심사는 기후정의다. 기후정의란 기후변화에 책임을 지닌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의 피해를 적극 도와야 한다는 국제운동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그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은 매일 매일 영향을 받고 있다"며 "(각 나라의) 탄소 배출량을 대폭적 줄이자고 요구하는 이유다"라고 힘줘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피해 재원과 국제법에 관해서도 발루치는 이야기를 꺼냈다. 

6일부터 18일까지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는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렸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합의문 초안에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가 공식 아젠다로 채택됐다. '손실과 피해' 안건은 선진국이 저소득·개도국에 기후변화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문제를 다룬다.

안건의 공식 명칭은 ‘손실과 피해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것을 포함해 기후 변화의 악영향의 손실과 피해에 대응하는 자금 조달에 관한 사안’이다.  

이는 기후변화를 놓고 피해자 보상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기후정의와 밀접하게 관련된 안건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 등 개발도상국의 요구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발루치는 “손실과 피해 의제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우리가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기후위기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가 땅에서 자원을 추출하는 것처럼 우리 생계의 원천인 집과 가축 등을 잃어버린 이유는 북쪽 국가들의 착취로 인해서다.”  

그는 넓은 의미에서 행동주의를 기후위기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발루치는 “기후위기는 일부 지역만의 위기가 아닌 세계적인 문제다. 모든 세대와 모든 개인의 생명의 문제”라며 “거리로 꼭 나가지 않아도 된다. 친구나 가족들과의 대화에서도 기후문제의 인식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무언가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 우리가 미래세대를 위해 해야 하는 과제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서도 기후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럼 누군가가 이것을 확인하고 기후위기에 관해서 생각하거나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서는 매주 금요일 등교거부 등 기후위기에 관한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그의 단체는 일종의 파업(Strike)을 내년에 세계적인 규모로 준비하고 있다고 발루치는 전했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시기는 내년 초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함께 했으면 한다.” 박소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