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금융당국의 제재 앞에서 또 다시 소송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손 회장은 2020년 초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뒤 집행정지 신청 및 행정소송을 낸 끝에 위기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다.
 
우리금융 회장 연임 '빨간불' 손태승, 제재 맞서 소송카드 다시 꺼내들까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이 금융당국 제재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4대 금융지주 회장을 향한 강한 징계가 처음으로 나온 만큼 우리금융이 금융당국과 정면으로 맞서는 일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을 향한 전날 금융위의 징계 결정을 놓고 이르면 다음 주 안으로 대응방안 등을 마련해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2019년에 발생한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당시 우리은행을 이끌던 손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관련법령에 의하면 임직원 제재 사항은 금융위의 의결에 따라 금융감독원장이 조치한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우리금융에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조치 제재를 공식적으로 알릴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이 금감원의 문책경고 통보 이후 징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내년 3월 연임은 불가능해진다.

금융사 임원에 관한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문책경고 이상을 받으면 일정 기간 금융회사 임원을 맡을 수 없다.

손 회장이 연임을 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 결정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서 승소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해 책임소재를 다툰다면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2년 전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때 이처럼 소송을 진행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금융당국의 제재에 행정소송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손 회장이 현재 DLF 사태와 관련해 2020년 초 받은 제재를 놓고 금융당국과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을 상대로 또 다시 소송전에 들어가는 일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겸직하다 2020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금융지주 회장만 맡았다. 당시 회장에 오를 때도 DLF 관련 징계로 부정적 목소리가 나와 주요 주주들을 설득하며 임기를 시작했다. 

우리금융이 과점 주주체제인 상황에서 주주들에게 또 다시 금융당국과 장기 소송전에 들어가는 일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4대 금융지주 회장을 향한 중징계가 확정됐다는 점도 손 회장이 금융당국과 소송전을 선택하는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에서는 애초 DLF 사태와 관련한 사법적 판단이 끝난 뒤 손 회장의 라임사태 관련 징계를 확정할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금융위는 예상을 깨고 다소 갑작스럽게 손 회장의 징계를 확정했다.

손 회장이 2020년 3월 행정소송을 선택했을 때는 채용비리 등으로 이미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금융당국과 법적다툼을 벌이는 등 다수의 소송전 선례가 있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서는 아직 그런 사례가 없다.

현재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외에도 600억 원대 직원 횡령사건, 이상 해외송금 사건 등과 관련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우리금융 주주들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손 회장과 관련된 제재와 소송 등으로 경영활동이 순조롭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공식 일정소화 중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 징계와 관련한 질문에 “지금처럼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손 회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우리금융 회장 연임 '빨간불' 손태승, 제재 맞서 소송카드 다시 꺼내들까

이복현 금감원장이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 점검 및 금융회사 해외진출 지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사회에서도 금융위의 이번 징계 확정과 관련해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만시지탄이지만 어찌됐든 금융당국이 늦게나마 제대로 된 결과를 냈다”며 “이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증권사 대표들을 향한 징계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회장이 이번 징계를 법적다툼으로 끌고 가 책임소재를 다툴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손 회장은 2020년 받은 DLF 사태 관련 징계와 관련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전에 1심과 2심에서는 모두 승소했다.

우리금융 노동조합이 금융당국 제재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는 점도 손 회장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노조는 금융위의 이번 징계를 놓고 과거 정부에서 주요 금융지주 요직에 낙하산 인사를 했던 관치금융 전례가 되살아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금융 노조는 전날 ‘우리금융을 관피아의 보금자리로 전락시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펀드사태 제재를 악용해 친정권 유력인사들이 우리금융 회장을 노린다는 보도가 나온다”며 “우리금융 흔들기를 통해 CEO 리스크를 가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역시 8일 성명서를 통해 “BNK금융지주와 수협, 기업은행에 이어 우리금융에도 모피아 낙하산 설이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우리금융에는 라임펀드 판매를 빌미로 현 회장을 몰아내고 전직 관료를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시장에서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이명박 정부의 4대 천왕, 박근혜 정부의 서금회로 대표되는 낙하산들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면서 금융권에서 수많은 문제를 양산했음을 똑똑히 기억한다”며 “정권이 전문성 없는 정치권 모피아 낙하산을 내릴 경우 가열차게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우리금융 회장 낙하산설이 나오고 있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징계 결정에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결정에) 정치적 외압이나 이해관계의 외압은 있지 않다”며 “혹여 향후 어떤 외압이 있더라도 그 외압에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전날 금융위 징계 결정과 관련해 현재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위 징계를 놓고 어떻게 대응할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