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때 미국 전기차기업 테슬라처럼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며 ‘흠슬라’로 불리며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HMM이 이제는 투자자들이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최근 해상 컨테이너 운임이 피크아웃(고점을 찍고 하락)하자 HMM의 실적과 주가 또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해상운임 하락에 HMM 투자자 '화들짝', 김경배 주가부양 카드 내놓나

▲ 최근 해상 컨테이너 운임이 피크아웃(고점을 찍고 하락)하자 HMM의 실적과 주가 또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주가부양책을 내놓을지 시선이 몰리낟. < HMM >


하지만 대주주의 영구전환사채(CB) 등이 HMM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6일 HMM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급격한 해상 컨테이너 운임 하락에 따른 HMM의 실적 하락 우려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해상운임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어 HMM 실적이 2분기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이에 주가도 힘을 잃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해상운임 하락세가 HMM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HMM은 이미 장기계약을 통해 상당수 물량을 확보한 만큼 최근 해상 컨테이너 운임 하락이 실적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장기계약을 통해 상당수 물량을 확보했다”며 “최근 해상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하고 있지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일 2847.62포인트를 보였다. 일주일 전인 8월26일 3154.26포인트보다 9.7% 빠졌다. 

이 지수가 3천 포인트를 밑돈 것은 지난해 4월23일 2979.76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역대 최고치인 올해 1월7일 5109.36포인트와 비교하면 44.2%(2261.74포인트)가 낮아졌다. 

그동안 HMM의 실적과 주가가 엇갈린 흐름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HMM 실적 하락이 주가를 억누르는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렵다는시선도 나온다. 

HMM은 2020년 4분기 이후 올해 1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대실적을 새로 썼지만 주가는 2021년 5월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동안 주가와 실적이 엇갈린 흐름을 보인 셈이다. 

이 때문에 HMM 주가에는 실적보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이 들고 있는 전환사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마다 오히려 HMM 주가는 크게 출렁거렸다.

이에 향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남은 HMM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두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HMM 지분 가운데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신용보증기금 등 공공부문이 보유한 물량은 전체의 약 46%에 이른다. 2025년 산업은행 등이 들고 있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그 비율은 74%를 넘게 된다.

정부가 최근 HMM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산업은행이 추가로 HMM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을 통해 지분을 확보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부가 HMM의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매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재 산업은행 등이 들고 있는 지분을 시장에 내다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HMM 매각 추진이 본격화할수록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만큼 HMM의 주가를 향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울 만한 방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앞서 7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주가치 제고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도 “사업적 문제보다는 다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향후 회사를 건전하고 튼튼하게 만들어나가면 자연스럽게 주주가치 제고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김 사장이 HMM의 현금을 사용한 주가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있다. 

HMM은 현금성 자산으로 약 12조 원가량을 들고 있는데 이는 현재 시가총액보다 많다. HMM 경영진이 중간배당을 향한 부정적 태도를 보였지만 올해 역대 최대실적을 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말 배당 규모가 적지 않을 가능성이 나온다. 

HMM 주가는 최근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6일에는 2만400원에 장을 끝냈다. 지난해 5월 HMM 주가가 5만1천 원대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최고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