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주택용 및 자영업자 대상의 일반용 가스요금 인상을 원하고 있지만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기조에 막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스공사의 재무적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어 가스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가스공사 재무부담 가중, 천연가스 올라도 도시가스 동결기조에 막혀

▲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더욱이 글로벌 천연가스의 수급상황이 불안정하고 이번 겨울에 글로벌 가스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가스공사는 가스요금 동결이 지속됨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들을 조금씩이라도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5일 정부부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11월에 가스요금이 사실상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는 9월29일 물가안정을 위해 가스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을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에 이어 가스요금까지 인상되면 시장에 연쇄적 물가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산업부는 9월30일 가스요금 인상과 관련해 기재부와 협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기재부의 요금인상 제동이 있었지만 하루 만에 가스요금 인상과 관련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가스요금 인상을 놓고 정부부처 사이 의견이 엇갈리면서 신경전이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부가 요금 인상 여부를 추후 검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만큼 올해 안에 가스요금 인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1일 설명자료를 통해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은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며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한다”며 “국제유가·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으로 도시가스 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물가안정, 원료비 상승동향, 기관 재무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 인상여부를 추후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는 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 동결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계속 떠안게 됐다.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액화천연가스 등 원료비 가격에 따라 조정되는 연료비연동제가 적용돼 홀수 달마다 요금이 결정된다. 반면 산업용·발전용 도시가스 요금은 월마다 자동 조정된다.

이미 산업부와 가스공사는 9월에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했지만 11월에는 최소한의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기재부에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가스요금 인상 압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4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11월물 선물은 100만BTU(열량 단위)당 5.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2.58달러)와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말에는 2014년 이후 7년여 만에 6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번 여름 폭염과 여러 국가의 탈석탄정책 등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늘면서 가격 상승세가 지속지고 있다.

하지만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7월 각각 11%, 13% 인하된 뒤 15개월째 동결되고 있다.

원료비 인상에 따른 가격 조정이 미뤄지면서 가스공사의 도매요금 미수금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가격을 올리지 않은 데 따른 차액은 미수금으로 산정돼 가스공사 회계에 반영된다.

가스공사가 연말 기준으로 예상한 미수금 추정치는 1조5천억 원 정도다. 최근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겨울철 가스사용량 증가 등을 고려하면 연말 미수금 규모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이와 관련한 이자도 계상하게 되는데 이 이자만 수백억 원에 이를 뿐만 아니라 미수금과 이자 모두 도시가스 요금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후 소비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지만 물가부담 등으로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가스공사로서는 쌓아놓은 미수금을 털어낼 길이 없어지며 재무적 불확실성은 더 가중될 수 있다. 

더군다나 글로벌 천연가스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겨울에 천연가스 가격이 더욱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올여름 폭염으로 냉매가스 사용 급증에 따라 겨울철 연료용 천연가스 비축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며 “이번 겨울 날씨가 추워지면 천연가스 가격이 2배 이상 높은 10달러 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