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발생한 철거건물 붕괴사고에서 재하청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이 관리소홀이라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와 고용노동부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을 대상으로 강도높은 현장감독을 실시할 가능성도 높다.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붕괴사고로 궁지에, 철거 재하청 책임 불가피

▲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


15일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의 현장감독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하청을 맡긴 한솔기업에서 다시 광주지역 철거업체 백솔건설에 하청을 준 ‘다단계 하청’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은 사고가 발생한 뒤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재하청은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결국 재하청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현장감독에 소홀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 됐다. 

또 이번 사고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먼지발생 민원 등을 이유로 과도한 살수를 지시했다는 말이 현장관계자들로부터 나오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번 사고에서 어느정도 책임을 지게될지 경찰의 수사결과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 감독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자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건설현장 안전점검에 부랴부랴 나서고 있기도 하다. 

광주광역시는 12일 자체적으로 건설현장을 조사한 결과 북구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 해체공사에서 해체공사의 허가내용과 다른 방식으로 건물을 철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 한화건설을 사법기관에 고발했다. 

광주광역시는 14일부터 2주 동안을 안전점검 특별주간으로 선포하고 18일까지 광주 주택건설사업장 17곳에서 안전점검을 추가로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대책을 내놨다. 

오 시장은 감리자가 상주해야 하는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해체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3회 이상 불시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또 감리자의 책임도 강화해 해체계획서 내용과 다르게 철거하거나 안전통로 확보 등 세부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직접 처벌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불법 하도급을 하다가 적발된 업체를 대상으로는 영업정지와 등록취소 등 조치를 내리고 자격증의 명의대여 등도 조사해 형사고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서 서울에서도 2019년 7월 서초구 잠원동에서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건물이 철거중에 붕고돼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을 덮쳐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올해 4월 말에는 재개발지역인 성북구 장위10구역에서 철거하던 건물이 무너지면서 노동자 1명이 매몰돼 숨지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붕괴사고로 궁지에, 철거 재하청 책임 불가피

▲  14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공사 관계자가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도 최근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감독을 강화하고 있어 HDC현대산업개발을 대상으로 강도높은 현장감독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망사고가 많은 건설기업들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감독을 실시하고 있으며 아직 HDC현대산업개발의 현장감독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도 “이번 사고가 워낙 커 HDC현대산업개발을 대상으로 현장감독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14일부터 현대건설 본사와 전국의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태영건설과 대우건설에 이어 세 번째다.

현대건설은 올해 들어서만 모두 3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현대건설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모두 48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51명에 이른다. 

특히 이번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을 7개월 가량 앞두고 발생하면서 그동안 기업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대해하면서 과도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던 목소리도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그동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처벌 수준이 지나쳐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 사고로 이러한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 법안은 2022년 1월부터 시행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