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씨티카드 인수를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까?

인수후보로 물망에 오른 현대카드는 먼저 손을 뗐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거리를 두며 관망하고 있으나 카드사업 강화 필요성이 커 막판까지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씨티카드 인수 나설까, 현대카드가 발빼 가격 떨어질 수도

▲ 서울 중구 하나금융지주 사옥.


28일 금융업계 안팎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 카드부문(씨티카드) 인수의 유력한 후보로 여겨졌던 현대카드가 최종적으로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리면서 함께 후보군으로 거론된 하나금융지주의 선택에 시선이 몰린다.
 
하나금융지주가 거느리고 있는 하나카드는 씨티카드와 고객층이 겹치는 이유로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씨티카드를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인수 추진에 선을 그었다.

다만 향후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씨티카드 인수매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는데 경쟁자의 이탈로 인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시장에서 씨티카드 매각가치는 2천억~4천억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2019년 점유율이 10%를 웃돌던 롯데카드 매각가격이 2조 원에도 미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점유율 1% 수준의 씨티카드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현대카드가 발을 빼면서 씨티은행 카드부문 인수경쟁은 다소 시들해질 것으로 보인다. 흥행이 부진하면 인수전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탄탄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이 16.4%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았다.

자본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하나금융투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등에 추가 출자를 하는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의지만 있다면 하나금융지주가 씨티카드 인수금액을 감당할 여력은 충분하다. 

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드사업과 보험사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을 인정하면서 인수합병 매물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나금융지주는 과거 롯데카드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향후 롯데카드 재매각이 이뤄지면 다시 도전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미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카드사는 씨티카드가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카드 처지도 고려해야 한다. 하나카드는 외환은행과 합병한 2014년 12월 이후 카드시장 점유율이 7%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업카드사 7개 가운데 최하위다.

좀처럼 점유율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록 씨티카드 점유율이 1% 정도라도 새로운 활로를 찾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더욱이 씨티카드가 보유한 고액자산가 고객층과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데이터 등은 현대카드보다 하나금융지주에게 더 유용할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4개 계열사가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개인신용정보관리)사업 허가를 받는 등 마이데이터사업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와 씨티카드 인수가치를 놓고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나금융지주는 2019년 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해보험)이 매물로 나왔을 때 비은행 강화 전략에 따라 인수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적자상태의 수익성과 1천억 원의 높은 인수가격 등 여러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손해보험을 품에 안아 디지털손해보험사로 전환한 뒤 실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6월3일 이사회를 열고 소비자금융 매각방안을 논의한다. 이때 매수희망자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