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하나은행장이 환매중단 사모펀드와 관련해 투자자 보호기조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사모펀드 관련 제재를 앞두고 있는데 금융당국의 징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 행장도 몸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하나은행 사고 펀드 투자자 보호 적극, 박성호 몸 낮추기

박성호 하나은행장.


18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최근 투자원금의 50%를 투자자에게 가지급하기로 한 환매중단 영국펀드 3종의 판매총액은 1363억 원이다. 

하나은행은 최대 680여억 원을 가지급해야 하는데 1분기 하나은행 별도기준 순이익(5018억 원)의 13.5%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런데도 하나은행은 투자자 관계개선과 신뢰회복을 위해 현지 사실관계 확인과 법적 회수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투자자 보호방안을 마련했다. 배상기준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준용한다는 방침도 정해뒀다.

이번 영국펀드 관련 가지급 결정은 하나은행이 해외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해 박성호 행장 취임 이후 처음 내놓은 투자자 보호방안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영국펀드는 금융감독원이 주목한 환매중단 5대 사모펀드(라임·독일헤리티지·이탈리아헬스케어·디스커버리·옵티머스)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환매중단 사모펀드 가운데에는 중요도가 낮지 않다. 하나은행 판매액 기준으로 이탈리아헬스케어(1100억 원), 라임(871억 원), 독일헤리티지(510억 원), 디스커버리(240억 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환매중단 사모펀드 투자원금 일부를 가지급하는 등 사모펀드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행장 역시 이런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 행장이 3월 취임할 때부터 사모펀드 사태 수습은 중요한 과제로 여겨졌다. 우리은행·신한은행 등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차례로 진행되는 가운데 하나은행의 제재절차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판매는 박 행장이 아닌 전임 은행장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함영주 부회장, 지성규 부회장 등이 여전히 하나금융지주에 재직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제재는 판매 당시 은행장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그룹 차원의 리스크를 완화하려면 박 행장이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라임펀드 관련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진옥동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의 제재 수위는 사전통보 때보다 한 단계씩 낮아졌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고 투자금액 절반가량을 가지급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한 점이 인정받았다. 

박 행장이 투자금액 일부 가지급과 분쟁조정 결과 준용 등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 투자자 보호와 신뢰회복 방침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은 상반기 안으로 5대 사모펀드 제재심의위원회와 분쟁조정위원회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5월 말 디스커버리펀드의 분쟁조정위원회를 시작으로 독일헤리티지,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의 분쟁조정이 차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으로서는 환매중단 사모펀드 관련 사안을 가급적 빠르고 원만하게 매듭짓는 것이 최선이기에 금감원에 협조적 태도로 나설 공산이 크다.

최근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퇴임한 점은 변수다. 윤 전 원장은 사모펀드 제재 등을 강하게 밀어붙인 장본인으로 윤 전 원장이 물러난 후 금감원의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재를 앞둔 하나은행에게 유리한 점일 수 있다.

하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금융감독원이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신임 금감원장이 올 때까지 제재와 분쟁조정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어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 있다.

금감원장 인사는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 인사와도 관련이 있어 후임이 정해지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