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주총의 달'이다. 주요 금융지주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대부분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둬 주주들 앞에 얼굴을 세울 수 있게 됐지만 증시 호황 속에도 은행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3월 기업 동향과 전망-KB금융 신한금융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금융당국 눈치에 배당을 늘려 주주 불만을 달래기도 쉽지 않았던 만큼 정기 주총을 맞는 금융사들도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보호 관련 리스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라임펀드 제재에 이어 옵티머스펀드 관련 제재 후폭풍이 예고돼 있다.

미얀마에서 불안한 정국이 이어지는 점도 금융권의 걱정거리다.

미얀마에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은행 12곳을 포함해 국내 금융회사 20여 곳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KB국민은행은 미얀마에서 외국계은행 최초 현지법인을 설립하자마자 암초를 만나 정상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 KB금융그룹, 윤종규 주가부양책 요구에 응답할까

- 3월26일은 267개사의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어 슈퍼 주총데이로 불린다. KB금융지주도 이날 주총을 연다. 사외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5인에 대한 연임안건이 다뤄진다. 재신임 대상자는 스튜어트 솔로몬,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김경호 이사로 지난해 윤종규 회장의 재연임 확정 뒤 주요 계열사 경영진체제에 안정 기조를 보였던 만큼 이사진 구성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은행과 비은행 모두 실적 개선을 이뤄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희망퇴직비용, 코로나19 관련 추가 충당금 등이 반영됐음에도 지배주주 순이익이 4%대 늘었다. 신한금융지주에 내줬던 순이익 기준 리딩뱅크 자리도 3년 만에 되찾았다.

하지만 KB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20% 배당성향 권고를 반영해 2020년 배당성향을 20%로 결정했다. 실적이 좋았던 만큼 배당잔치를 기대했던 주주들로서는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관련 주주들로부터 고가에 산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중계 방식의 주총장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윤 회장이 배당 축소와 주가 부양책 관련한 주주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할 수도 있다.

- KB금융그룹은 계열사간 협업체계를 적극 가동해 금융상품에도 적용하고 있다. 중소기업 전용 'ONE KB 기업 패키지'를 기존 4종에서 7종의 상품으로 확대해 새롭게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KB국민은행,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캐피탈, KB저축은행 등 그룹 내 계열사의 대표적 금융상품으로 구성됐다. 신사업에서도 계열사 사이 지원이 활발하다.

KB국민은행의 합작법인 디지털자산 관리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조진석 전 KB국민은행 IT기술혁신센터장이 아예 적을 옮겨 이사로 합류했다. 가상자산 수탁사업을 본격화하는 데 KB금융그룹 계열사와 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 KB증권 박정림 각자대표이사 사장의 라임펀드 관련 징계수위도 3월 안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직무정지에서 문책경고로 한 단계 징계수위가 낮아졌는데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사모펀드 관련 경영진 징계를 두고 사뭇 다른 시각차를 내비치기도 했다. 결과야 어찌됐든 기업 현안에 집중해야 할 경영진 징계를 놓고 금융당국이 너무 오래 시간을 끌고 있어 금융사들로서는 피곤할 수밖에 없다.

◆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글로벌 스탠다드 갖추기 바쁜데

- 신한금융그룹도 라임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올해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2월25일 열린 제재심의위에서 시간상 문제로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 대상 징계여부를 결론내지 못 하고 2차 제재심의위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고려한다면 제재심의위가 3차 혹은 그 이상 계속될 가능성도 충분한 만큼 단기간에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중징계인 문책경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사전통보받았다. 가능한 이른 시일에 금감원 제재심의위에서 징계수위가 확정되고 금융위원회 의결까지 거쳐야 진옥동 행장의 향후 거취 등 중장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데 결론이 늦어질수록 경영전략 수립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 신한금융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이런 흐름으로 진행된다면 신한금융 계열사들의 라임펀드 관련된 징계안 확정이 올해 하반기까지 늦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불확실성을 장기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 등 라임사태에 연루된 계열사가 금융당국 징계를 받으면 당분간 금융당국 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인수합병을 할 수 없어 중장기 성장전략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을 놓고 금융당국을 향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 라임펀드 제재심의위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강경한 대응이 결국 이익공유제 도입을 압박하기 위해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는 3월25일로 확정됐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이 20% 배당룰을 지켜 일찌감치 배당성향을 결정하면서 신한금융지주의 배당규모에도 관심이 쏠렸다. 신한금융지주는 22.7%로 내놓으면서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을 조금 넘었다.

신한금융지주 주가가 상대적으로 더 부진했던 상황에서 주주들로서는 다소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다만 이번 주총에 분기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이 올라있다. 안건이 통과되면 신한금융지주가 분기배당을 실시할 수 있게 되는 만큼 배당시기와 규모에 주주들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총에서는 신규 사외이사 후보 4인의 선임 안건이 다뤄진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 배훈 변호사, 이용국 서울대 법학전문대 임상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 등이다.

6년 동안 사외이사를 맡았던 박철 이사와 히라카와 유키 이사, 필립 에이브릴 이사는 이번 정기주주총회를 끝으로 퇴임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주주 구성과 사외이사 진용 변화에 따라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추는 데 더욱 힘을 낼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