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동생인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도 올해 들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GC녹십자그룹에서 형제경영체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의 삼촌인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지배력 및 지분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 경영권이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GC녹십자 허은철 허용준 형제경영 안착하나, 삼촌 허일섭 선택에 시선

▲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허일섭 회장은 허영섭 GC녹십자 선대 회장의 동생이고 허은철 사장과 허용준 사장은 각각 허영섭 선대 회장의 차남, 삼남이다.

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허일섭 회장은 25일 열리는 녹십자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녹십자홀딩스 이사회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 허일섭 회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리는데 허 회장을 포함해 특수관계인 지분만 과반이 넘는 만큼 안건이 통과될 확률이 매우 높다.

녹십자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는 허용준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건도 올라온다. 

허일섭 회장이 앞으로도 그룹 경영 전반을 챙긴다는 것인데 경영권 승계구도가 이대로 굳혀질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선도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허일섭 회장이 조카인 허은철 사장과 허용준 사장에게 경영자의 길을 열어주며 그동안은 별다른 다툼없이 그룹을 함께 이끌어왔지만 삼촌과 조카 사이 지분구조가 크게 불균형하다는 점을 이들은 주목한다.

GC녹십자그룹은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일원화돼 있는데 허 회장이 2020년 9월 말 기준 보통주 571만7777주(12.16%)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과 허용준 사장의 지분율은 같은 기간 2.60%, 2.91%다. 

허일섭 회장의 지분 향방에 따라 경영권 승계구도가 단번에 뒤집힐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게다가 허일섭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 상무도 2014년에 녹십자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허진성 상무는 1983년 태어나 허은철 사장과 10살 터울이 나는 만큼 당장은 경영권 다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잠재적으로 GC녹십자그룹을 이끌 수 있는 후보로 여겨진다.

특히 허진성 상무는 2018년 1월에 G녹십자테라퓨틱스(GCBT)의 상무로 임명되며 경영 및 조직관리를 총괄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허일섭 회장은 형 허영섭 선대 회장이 별세하고 그룹 경영을 맡은 뒤 해마다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2009년 8.96%에서 2020년 9월 말 기준 12.16%까지 높였다.

지난해 11월에는 보유하고 있던 GC녹십자 주식 가운데 3만 주를 장내매도했는데 GC녹십자 주식을 매각한 자금으로 녹십자홀딩스 주식담보대출을 갚으려 했던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GC녹십자그룹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GC녹십자 주식을 매각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다 허일섭 회장의 부인 최영아씨와 장남 허진성 녹십자바이오테라퓨닉스 상무, 차남 허진훈씨, 장녀 허진영씨 등 보유 지분까지 더하면 허 회장쪽 지분율은 14.09%까지 늘어난다. 허일섭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목암생명과학연구소도 녹십자홀딩스 지분 8.73%를 보유하고 있다.

허영섭 선대 회장의 삼남 허용준 사장이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녹십자홀딩스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형인 허은철 사장이 주력 사업회사인 GC녹십자를, 허용준 사장이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를 각각 나눠 맡는 식으로 경영권 승계의 가닥이 잡혔지만 언제쯤 경영권이 안정화할지는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허용준 사장은 2003년 녹십자홀딩스에 입사해 2017년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허은철 사장은 1998년 녹십자에 입사해 2015년 GC녹십자 공동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고 2016년부터는 단독으로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