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머티리얼즈가 전기차배터리에 이어 반도체 쪽으로 고부가 동박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첨단기술과 혁신제품 등 미래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데 양점식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는 고부가가치제품을 중심으로 동박사업을 확대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양점식 일진머티리얼즈 고부가 동박 확대, 허진규 의지 담아 체질 바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23일 일진머티리얼즈에 따르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동박(일렉포일)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일반 인쇄회로기판(PCB)용 동박의 생산비중을 낮추면서 전기차배터리에 이어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동박 사업구조를 재편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진머티리얼즈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고성능 동박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R&D)에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 전기차배터리나 반도체뿐만 아니라 5G 네트워크 장비 등에 들어가는 고부가 동박 개발과 특허를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동박은 구리막을 얇게 만드는 것이 기술력의 핵심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세계적 동박 기술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 미쓰이와 일진머티리얼즈가 나란히 1.5㎛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두께로 동박을 얇게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점식 대표는 이런 기술력을 앞세워 최근 삼성전자에 2㎛ 두께의 초극박을 공급하는 성과를 올렸다. 

초극박은 반도체패키지에 들어가는 아주 얇은 동박으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사용하는 동박 가운데 가장 얇다.

모바일과 웨어러블 등 전자기기가 외형 크기는 작아지는 대신 한 개의 반도체 칩에 구성되어 있는 소자의 수는 많아지면서 초극박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 동박기업 가운데 솔루스첨단소재와 일진머티리얼즈 두 회사만 초극박을 양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기업이 독점해오던 국내 초극박시장에서 일진머티리얼즈가 앞으로 입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양 대표로서는 일진머티리얼즈가 1978년 일본이 독점하고 있던 동박 개발에 나서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만큼 초극박시장까지 발 뻗어 성장에 고삐를 죄려는 것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초극박에 앞서 이미 전기차배터리용 동박(I2B)으로 기술력을 입증해왔다.

2019년 기준으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용 동박 시장에서 점유율 2위에 올라있으며 고객사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에 발맞춰 말레이시아와 헝가리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일진머티리얼즈가 LG에너지솔루션과 동박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 사업의 입지는 단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점식 대표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초극박과 전기차배터리용 동박을 점찍으며 성장에 고삐를 죄는 것은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체질개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허진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4차산업 혁명시대를 맞아 미래 먹거리 창출 여부에 따라 명운이 판가름 난다”며 “미래사업을 발굴하고 강화하는데 일진그룹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일진그룹의 성장을 이끈 신사업도 시간이 지나면 추진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실패하면 뒤처질 수 있다고 바라보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첨단기술과 혁신제품을 가려내는 혜안을 갖출 것을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