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을 놓고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자문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부수적 효과를 얻고 있다.

20일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KB금융그룹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ESG경영 놓고 의결권 자문사의 인정받는 뜻밖의 성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11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영향력 있는 자문사들이 우리사주조합 추천 사외이사후보 선임안건에 반대하는 보고서에서 KB금융그룹의 ESG성과를 확인해 준 만큼 윤 회장이 추진하는 ESG경영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기업의 세세한 현안을 잘 알지 못해 의결권 자문사를 선임해 주주총회 안건 등과 관련한 자문을 받는다"며 "자문사는 외부 전문기관인 만큼 대부분의 경우 이들이 의견이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JP모건(6.40%), 싱가포르 투자청(2.47%)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가 지분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블랙록을 비롯해 대규모 기관투자자들이 투자기준에 ESG지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해외를 중심으로 ESG 관심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영향력이 큰 의결권 자문사들이 의견 보고서를 통해 KB금융지주의 ESG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7일 KB금융지주 관련 추가보고서에서 "KB금융지주는 대형 상장 금융회사 가운데 최고 성과를 보여주는 회사로 ESG 전문가의 부재가 회사 성과와 주주 환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거나 회사의 ESG 관련 성과가 경쟁사보다 부진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바라봤다.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9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KB금융그룹은 국내 ESG 선도기업이며 우수한 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으므로 주주 제안에 따른 사외이사 선임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이 밖에 세계 양대 자문사에 꼽히는 글래스루이스도 "주주제안에 따른 사외이사 선임은 현재 회사에 큰 문제가 있거나 이사회가 주주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했을 때 정당성을 지니는데 현재 회사나 이사회가 그렇다고 볼 근거가 전혀 없다"며 반대표를 던질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윤종규 회장은 최근 그룹 차원의 ESG경영을 속도감있게 추진해왔는데 영향력 있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KB금융그룹의 ESG성과를 재확인해 주면서 앞으로 윤 회장의 행보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2019년 9월 그룹 ESG 전략방향을 수립하고 올해 3월 국내 금융회사 최초로 이사회에 본인을 포함한 이사회 전원이 참여하는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8월에는 2030년까지 그룹의 탄소배출량을 2017년보다 25% 감축하고 현재 약 20조 원 규모인 ESG 관련 상품·투자·대출을 50조 원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KB 그린웨이 2030’을 발표했다. 9월에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 결과 KB금융지주는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최한 ‘2020년 KCGS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통합등급 및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모든 부문에서 A+ 등급을 획득하며 ESG 우수기업 부문 금융회사 1위인 ‘ESG 최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9월29일 이사회에 ESG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윤순진 서울대학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류제강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장이 노조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노조추천 사외이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KB금융지주 노조는 2017년부터 3차례에 걸쳐 노조추천 사외이사후보의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는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권고로 이번에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