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인수합병시장에서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는데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한 본입찰까지 나설지 주목된다.

MBK파트너스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문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경험이 있고 자금력도 풍부하지만 중국 법인 소송과 관련된 우발채무 문제 및 투자금 회수 우려로 투자를 주저할 수도 있다. 
 
MBK파트너스 올해 인수합병 신중,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완주하나

▲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예비입찰 참여자 가운데 숏리스트(적격 인수 후보자) 명단을 확정해 통보했는데 MBK파트너스가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는 3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2조 원이 넘은 금액을 제시한 것을 마지막으로 인수합병시장에서 경영권 인수를 두고 신중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폐기물처리회사인 코엔텍과 EMC홀딩스 인수전에서 예비입찰에 모두 참여하면서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지만 본입찰에는 끝내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두고 본입찰까지 나설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2016년 두산인프라코어로부터 1조780억에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했다. 두산공작기계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인 공작기계사업부문을 분할한 회사다.

이후 2019년에 두산공작기계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는데 당시 기업가치로 2조 원 초반 대에서 최대 3조 원 수준이 거론됐다. 3년여 만에 2배 이상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또 MBK파트너스는 올해 상반기에 무려 65억 달러(약 8조 원) 규모의 5호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마무리해 풍부한 자금력도 갖추고 있다.

인수합병시장에 매력적 매물이 부족해 아직 5호 블라인드 펀드 자금 소진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성공 경험이 있는 제조업을 통해 투자에 본격 나설 수도 있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과 관련한 우발채무는 MBK파트너스의 본입찰 참여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중국 법인 지분 20%를 국내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에게 3800억 원에 매각했다. 기업공개가 무산되자 재무적투자자들은 2015년 지분 매각을 시도했지만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두산 측이 실사 등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유지분을 되사가라는 소송이 제기됐고 법원은 1심에서 두산의 손을, 2심에서는 재무적투자자의 손을 들어줬다.

두산그룹이 남은 대법원 판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채무를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 방법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본입찰 참여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MBK파트너스가 본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현대중공업지주와의 치열한 가격경쟁이 예상되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공시를 번복하면서까지 예비입찰에 참여한 만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설이 불거진 8월 공시를 통해 “인수를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투자를 주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방위산업체로 지정돼 있고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 기업, 글로벌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해외에 매각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가 두산공작기계 매각을 추진할 당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기업이 관심을 보였지만 두산공작기계가 국가핵심기술인 ‘고정밀 5축 머시닝센터의 설계 및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돼 매각이 지연됐고 아직까지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매각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와 경영권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시가총액을 고려한 지분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매각가격은 7천억~1조 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