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신세계그룹의 독자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광주신세계 등 아직 경영권 정리가 안된 계열사 지분의 교통정리를 통해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체제를 더욱 공고히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진 정유경. 신세계그룹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가나 계열분리 하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


5일 신세계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명희 회장의 보유지분 증여로 정 부회장과 정 총괄부사장이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로 각각 올라서면서 두 남매의 독자경영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사실상 계열분리가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를 중심으로 복합 쇼핑몰, 대형마트, 마켓, 식품 등을 담당하고 정유경 총괄사장은 신세계를 중심으로 백화점, 면세점, 패션사업을 맡고 있다.

최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두 남매의 독자경영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9월29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증여에 따라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18.55%,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8.56%로 높아졌고 이 회장의 각 회사 지분은 10%로 낮아졌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증여로 대형할인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 이마트와 백화점과 면세점 위주의 신세계로 분리체계가 확립됐다”며 “신세계그룹의 이번 증여는 최근 수년 동안 가장 어려운 영업 환경에서 단행된 것으로 중장기 관점에서 주가가 더 하락할 요인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증여를 시작으로 일부 신세계그룹 계열사 경영권의 교통정리도 진행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광주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이 지분 52.08%를, 신세계가 10.42% 보유하고 있는데 증권업계는 조만간 정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지분을 신세계에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주력사업이 백화점이기 때문에 정유경 총괄사장이 지배하는 신세계가 최대주주에 오르는 것이 그룹의 경영방침에 더 자연스럽다. 광주신세계는 2018년 이마트광주점을 이마트에 양도해 사실상 백화점사업만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지분 52.08% 처분한다면 이번 이마트 지분 증여세의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8.22%)의 증여세로만 약 1900억 원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 부회장의 광주신세계 지분은 약 1300억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소연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광주신세계는 2018년부터 배당 수준을 확대해 정용진 부회장도 배당금으로도 자금을 확보했지만 향후 배당성향을 크게 늘려도 배당금으로 상속세를 충당하기는 부족하다”며 “따라서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지분을 신세계에 매각해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광주신세계뿐만 아니라 SSG닷컴과 신세계의정부역사 등도 지분 교통정리가 진행될 수 있는 계열사로 꼽힌다.

SSG닷컴은 현재 이마트가 지분 50%를, 신세계가 27%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의정부역사는 신세계와 광주신세계, 신세계건설이 각각 지분을 27.6%, 25.0%, 19.9% 들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들의 지분 교통정리가 매우 천천히 진행되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특히 SSG닷컴은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확대하며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이마트와 신세계 모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지분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그룹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사들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대목이 많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명희 회장의 이번 지분 승계는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그룹 내부에서는 분리경영이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