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다시 채권단 관리체제로 들어간다.

6년 전 채권단 자율협약을 졸업하고 순항하는가 싶더니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걸음이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관리만 돌고돌아, 산업은행은 부실에 책임 없나

▲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지난해 매각이 추진되기 전부터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위기를 겪었다는 점에서 경영 부실의 가장 큰 책임이 금호산업에 있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산업은행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플랜B를 놓고 채권단 내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11일 열리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플랜B가 어느 정도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채권단 내부에서 정상화 방안의 세부 사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특히 경영 부실의 책임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물어야 할지를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대주주 감자 비율을 놓고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이 부딪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채권단의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금호타이어는 대주주는 100대 1, 일반주주는 3대 1의 비율로 차등감자가 이뤄졌다. 금호산업도 대주주는 100대 1, 일반주주는 4.5대 1의 비율이 적용됐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에게 경영 부실의 책임이 가장 크게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대주주에게만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1년 가까이 지지부진하다 결국 무산되면서 KDB산업은행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산업은행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부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2010년 1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고 5년 만인 2014년 5월 채권단 100% 만장일치로 자율협약을 졸업한다.

채권단은 당시 “모기업인 금호산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할 수 있을 만큼 경영상황이 개선됐고 아시아나항공도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만큼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 뒤 다시 매물로 나오기까지는 채 5년도 걸리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2015년 말 7228억 원에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을 되찾는 데 성공한다. 산업은행이 박 전 회장에게 부여한 우선매수청구권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거의 공중분해됐는데 이를 고스란히 다시 박 전 회장에게 넘겨주며 기회를 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혜 의혹도 꾸준히 제기됐다. 산업은행은 박 전 회장을 상대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 같다가도 결정적 순간에는 그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10년 사이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과 떨어져 있던 시기는 3년6개월도 채 되지 않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금호그룹 유동성 위기 이후 내내 산업은행 관리 아래 있었던 셈이나 마찬가지”라며 “박삼구 전 회장이 그동안 경영권이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했던 계열사 지원이나 금호산업 CP(기업어음) 매입 등은 모두 산업은행의 관리 아래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