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건설현장에서 대규모로 직원을 철수시킬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세 건설사는 대규모 직원 철수가 이뤄지면 공기 연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장 정상화가 이른 시점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업 전체의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코로나19 따른 이라크 철수의 파장에 '촉각'

▲ (왼쪽부터)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


20일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세 건설사는 정부와 카르발라 현장의 직원 철수 규모를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라크는 최근 하루당 신규 확진자가 2천 명 이상 발생할 정도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어 직원 안전을 위해 귀국 이후 검사 및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15일 전세기로 먼저 귀국한 카르발라 현장 노동자 100여 명 가운데 20여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카르발라 현장에는 현재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과 협력업체 직원들 400여 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르발라 정유공장 건설사업은 약 6조8천억 원 규모로 국내 최대 해외플랜트 프로젝트로 꼽힌다. 현대건설(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포함)이 주관사로 GS건설, SK건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공사도급액은 현대건설이 2조5774억 원, GS건설이 2조5444억 원, SK건설이 1조7114억 원이다.

카르발라 프로젝트 공사기간은 2022년 2월까지다. 1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건설은 4083억 원, GS건설은 3846억 원, SK건설은 3079억 원의 공사잔액이 남아있다. 

카르발라 현장에서 대규모 철수가 이뤄지면 이에 따른 공기 연장이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의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시선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공사가 대부분 이뤄진 상황에서 공사잔액이 매출에 반영되는 시점이 늦춰지는 것보다 공기 연장에 따른 계약상 손해배상으로 더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해외플랜트 시공에서 공기 연장에 따른 계약상 손해배상 규모는 하루당 보통 수억 원으로 계약에 따라서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은 발주처와 협의를 통해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현장 철수를 ‘불가항력(Force majeure)’으로 인정받아야만 공기 연장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시공계약에서는 보통 각종 천재지변 등을 불가항력에 포함하는데 코로나19 대유행은 전례가 없었던 사안인 만큼 시공 계약상 불가항력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불가항력으로 인정되는 부분은 국제건설계약표준(FIDIC)에 따라 공기 연장은 인정하되 비용보전은 해주지 않는 수준으로 시공사와 발주처가 합의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이번 철수가 한국 정부의 유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발주처인 이라크 정부가 이번 상황을 불가항력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예상이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의 해외투자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철수를 강제하는 조치를 내렸다고 해도 이라크 정부가 이를 불가항력으로 인정할 지는 의문”이라며 “이라크 정부가 지역 폐쇄조치를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성 없는 철수로는 유리한 협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이 가급적 카르발라 현장에 필수인력 이상의 인력을 남기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상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무총리까지 이라크 노동자를 귀국시키겠다고 말하면서 건설사들이 난처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사들이 공기연장에 따른 손해배상 가능성 등을 들어 직원 순차 귀국 등을 정부에 건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은 직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우선 희망자를 귀국시킨 뒤 이후 발주처와 협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철수 규모나 일정 등에 관해 확정된 것은 없다”며 “철수가 이뤄지고 공기 연장이 실제로 발생하면 이후 발주처와 협의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