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기차배터리를 넘어 전장사업으로 협력을 확대할까?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1일 경기 화성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5월 첫 만남 때보다 한층 진전된 협업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연구개발 심장 찾는 이재용, 정의선 삼성과 전장 협력 내놓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019년 1월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년 신년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수석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5월 만남에서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사업에 논의를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 뒤로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의 전기차배터리 협력을 기정사실처럼 여기고 있다.

이에따라 현대차가 2021년 전기차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 2022년 전기차에 LG화학 배터리를 선택한 데 이어 2023년 전기차에는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이번 두 번째 만남에서 전장사업 협력에 힘을 줄 가능성이 나온다.

전장은 전자장비의 줄임말로 자동차는 내연기관이 아닌 미래차로 갈수록 정보전달 기능에 오락성을 더한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기능 등이 강화하면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등 미래차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삼성그룹 역시 미래 성장동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전장사업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직접 챙긴 대표적 사업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2015년 말 삼성전자에 전사조직인 전장사업팀을 만들며 전장사업에 진출했고 이후 커넥티드카와 오디오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닌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9조 원을 들여 인수했다.

이 부회장은 정 수석부회장과 만남을 앞둔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차량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전용 생산라인을 둘러보기도 했다.

현대모비스가 현재 삼성전기로부터 차량용 적층세라믹콘덴서를 공급받고 있으나 구매비중이 10% 가량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추가 공급에 큰 부담이 없다.

정 수석부회장과 이 부회장이 전장부문에서 손잡으면 전기차뿐 아니라 향후 자율주행차, 목적기반 모빌리티(PAV),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분야로도 협력을 이어갈 수 있다.

목적기반 모빌리티와 도심항공 모빌리티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힘주는 사업으로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앙한 데이터를 동시 다발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역량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시스템반도체와 관련해 테슬라 자율주행시스템인 ‘하드웨어(HW)3’에 ‘엑시노스’ 칩을 공급하고 아우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엑시노스 오토’를 공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현대차와 협력한다면 안정적 고객사를 확보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과 이 부회장이 만나는 남양기술연구소는 현대차그룹 연구개발의 심장으로 평가된다.

종합주행 시험장과 실차 풍동시험장, 디자인 연구소 등의 기반 연구시설을 갖추고 신차와 신기술 개발은 물론 디자인, 설계, 시험평가 등 연구개발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 연구개발 심장 찾는 이재용, 정의선 삼성과 전장 협력 내놓나

▲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14일 고양 모터스튜디오에서 화상연결 방식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현대차그룹의 그린뉴딜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 수석부회장이 이 부회장과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한 현대차그룹의 기술현황과 연구개발 방향을 공유하고 이 부회장의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일 수 있다.

재계에서는 국내 재계 1, 2위 기업집단 총수가 연달아 만나는 만큼 두 그룹이 구체적 협력안을 이른 시일 안에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정 수석부회장이 1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직후 이뤄지는 만남이라는 점도 이런 시선에 힘을 더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당시 5분도 채 안 되는 짧은 발표시간에도 문 대통령 앞에서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을 연달아 만난 점을 들며 “서로 잘 협력해 세계시장 경쟁에서 앞서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은 5월 두 총수의 만남 때는 협력내용을 담은 공식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과 이 부회장 만남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