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 대만 TSMC가 코로나19 위기에도 폭넓은 고객사를 바탕으로 실적이 대폭 늘어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내부거래 의존도를 줄이고 외부고객을 확대할 필요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TSMC 코로나19에도 실적 탄탄,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 다변화 다급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16일 TSMC 홈페이지에 따르면 2분기 매출 3106억9900만 대만달러(12조6666억 원가량), 영업이익 1208억2200만 대만달러(4조9257억 원가량)를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8.9%, 영업이익은 81% 늘어난 것이다.

특히 6월에는 매출 1208억7800만 대만달러(4조9267억 원가량)를 내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새로 썼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오히려 실적 증가세가 돋보였다.

반면 TSMC의 주요 경쟁상대로 손꼽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2분기에 제자리걸음한 것으로 파악됐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파운드리사업부를 포함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2분기 매출 3조6390억 원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와 TSMC가 함께 코로나19라는 변수를 겪었는데도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준 이유는 두 기업이 각각 확보한 고객사 저변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 일감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시장 점유율 15~20%로 2위를 보이고 있지만 순수 파운드리사업만 놓고 본다면 3위, 4위 업체들과 유사한 7~9%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주력 제품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시스템반도체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상반기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와 같은 고부가 제품을 내놨지만 코로나19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이 위축돼 실적 개선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자연히 파운드리사업부도 실적을 크게 늘리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TSMC 고객사에는 코로나19에 오히려 수혜를 보는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AMD와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최근 재택근무와 온라인학습 등 비대면산업이 확대되며 AMD와 엔비디아가 설계하는 서버용 반도체 수요도 늘었다. 이는 곧바로 TSMC의 일감 증가로 이어졌다.

TSMC는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1분기와 비교해 스마트폰용 반도체 매출은 4% 줄었지만 서버용 반도체 등 고성능 컴퓨팅(HPC) 제품 매출은 12% 늘었다”고 밝혔다. 

일부 제품군 매출이 정체해도 다른 쪽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면서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린 것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시스템LSI사업부 이외에도 더 많은 고객사를 찾는 데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