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균 신세계L&B 대표이사가 신세계그룹 주류사업을 맡아 신세계L&B의 수익성과 자생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다.

남은 과제는 적자에서 좀처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제주소주를 정상궤도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이마트 주류사업 총괄 우창균, 신세계L&B는 안착 제주소주는 불안

▲ 우창균 신세계L&B 대표이사 겸 제주소주 대표이사.


26일 신세계그룹 안팎의 말에 따르면 우 대표는 1년6개월 여 동안 신세계그룹 주류사업의 안착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 대표는 2018년 12월부터 신세계L&B 대표이사와 제주소주 대표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이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L&B 본사에 제주소주 서울사무소가 있는데 우 대표는 주로 이곳에서 일하며 제주도에 있는 제주소주 본사에도 종종 찾아가며 두 회사의 경영을 챙기고 있다.

2018년 말 이뤄진 그룹 CEO 인사에서 유일하게 외부에서 수혈된 인물로 신세계그룹의 주류부문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만큼 두 주류회사를 반등할 중책을 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신세계L&B와 제주소주 모두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외형 확장에는 큰 걸림돌이 없었지만 낮은 수익성과 그룹 의존도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신세계그룹은 2008년 신세계L&B를 세우면서 정용진 부회장이 새 성장동력으로 눈여겨보고 있던 주류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와인과 수제맥주 등을 다루고 있으며 2016년에는 제주도 소주회사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주류 라인업을 확장했다.

신세계L&B는 사업 초반에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에 와인을 납품하는 협력사 지위였지만 점차 수익성과 자생력을 갖춰가며 독자적 사업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세계L&B는 2010년대 초중반까지도 이마트와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 신세계백화점 등 그룹 유통사를 주요 판매채널로 삼아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웃돌았는데 최근 이를 크게 낮췄다.

최근 3개년 내부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2017년 65.0%, 2018년 60.1%, 2019년 57.0%로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는 흐름이다.

그룹 계열사를 벗어나 홈플러스와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외부 유통채널로 거래처를 넓혔기 때문이다.

또 2016년 7월부터 직영 주류전문매장인 ‘와인앤모어’를 꾸준히 늘려가면서 인지도도 높여가고 있다. 와인앤모어는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와인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와이너리로 인기가 높다.

이마트 관계자는 “와인의 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와인과 위스키 등을 보편화하겠다는 목적에 맞춰 외부 유통채널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며 “26일 와인앤모어 광교점 문을 열면서 현재까지 '와인앤모어' 31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와인 수요 증가에 맞춰 추가 출점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생력이 높아지면서 외형과 수익성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마트 주류사업 총괄 우창균, 신세계L&B는 안착 제주소주는 불안

▲ 와인앤모어 일레트로마트 판교점 모습.


신세계L&B는 매년 매출 증가세를 이어와 지난해 매출 1072억 원을 거두며 처음으로 매출 1천억 원을 넘겼다. 

영업이익은 2017년까지 5억 원 내외를 거두는 데 그쳤지만 2018년 25억 원, 2019년 32억 원으로 늘어났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1.3%, 2017년 0.7%, 2018년 2.7%, 2019년 3.0%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와인을 일종의 ‘미끼상품’으로 놓고 그룹 차원의 대규모 와인 정기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수익성이 좋지 않았지만 독자적 유통채널을 발굴하면서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희귀한 와인은 와인앤모어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이마트트레이더스, PK마켓 등에만 입고시키면서 고객들의 발길을 그룹 유통채널로 이끄는 역할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반면 우 대표가 이끌고 있는 다른 주류회사인 제주소주는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매출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6년 12월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뒤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제주소주의 매출규모를 살펴보면 2017년 12억 원, 2018년 43억 원, 2019년 48억 원으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적자폭은 2017년 65억 원, 2018년 129억 원, 2019년 141억 원으로 계속 늘고 있다.

이마트가 올해 6월 제주소주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1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등 2016년부터 지금까지 그룹에서 수혈받은 자금이 670억 원이지만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못 벗어나고 있다.

우 대표는 주류사업이 일반적으로 충성도가 높은 사업인 만큼 긴 호흡으로 접근하겠다는 전략을 세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 대표는 1961년에 태어나 1986년 동양맥주에 입사한 뒤 주류회사에서만 일해온 주류 마케팅 전문가다.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마케팅부문 상무로 일하며 ‘처음처럼’, ‘클라우드’ 등의 마케팅 및 기획에 참여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던 인물인 만큼 제주소주의 점유율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제주소주가 아직 사업 초기단계인 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라며 “제주도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마케팅 및 영업을 펼치는 등 지역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