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디지털 전환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강점인 오픈API에 힘을 싣는다.

NH농협은행 오픈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의 경쟁력을 높여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사업 시행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디지털에 강한 손병환, NH농협은행 오픈API에 더 힘실어

손병환 NH농협은행 은행장.


12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손병환 은행장은 농협은행 오픈API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디지털 전환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NH농협은행의 오픈API를 활용한 누적 거래금액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조 원을 넘어섰는데 이를 2023년까지 20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거래 기업도 현재 60여 곳인데 200곳으로 확대한다.

오픈API는 출금·입금·조회 등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은행이 아닌 제3자에게도 개방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의 오픈뱅킹 정책, 마이데이터 산업의 도입 등으로 오픈API 플랫폼의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오픈API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재 은행권 오픈뱅킹에서 활용되는 조회·이체 등 특정 거래 중심의 공동API에 비교하면 독자적 오픈API는 다양한 파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핀테크 이용자들이 NH농협은행 계좌를 거쳐 가도록 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8월 이후 마이데이터사업이 시행되면 NH농협은행의 오픈API를 활용하는 핀테크업체들의 금융데이터를 모아 데이터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도 있다.

손 은행장은 핀테크 및 스타트업의 오픈API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오픈API 인프라 강화 전략’을 세우고 ‘NH핀테크 오픈 플랫폼 개발자센터’의 기능을 확대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NH핀테크 오픈 플랫폼 개발자센터는 금융서비스 개발 및 테스트 환경을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핀테크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이나 일반인도 자유롭게 NH핀테크 오픈 플랫폼 개발자센터를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고 실제 작동 여부를 테스트할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현재 32개의 API의 기능 테스트를 제공하는데 앞으로 환전, 예치금 관리, 신용카드 결제 등도 테스트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운영하고 있는 유사한 성격의 API 개발자센터와 격차를 벌리겠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의 API 개발자센터는 전용선을 설치해야만 API를 이용할 수 있지만 농협은행은 일반 인터넷망을 통해 API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접근성이 높다”며 “강점인 오픈API 분야를 더 살려 디지털 전환의 핵심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토스와 함께 환전·대출서비스 관련 맞춤형 API를 개발하는 등 핀테크기업의 요구에 맞춘 API를 개발하는 서비스도 확대한다.

NH농협은행은 앞서 5월 오픈API 인프라 강화전략의 일환으로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토스에 하이브리드 간편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간편결제서비스는 간편결제 핀테크기업이 거래 종류나 여건에 따라 오픈뱅킹 공동망·펌뱅킹·은행 API 등을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손 은행장은 디지털금융 전문가로 특히 오픈API에 이해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은행장은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시절 국내 은행 최초로 오픈뱅킹의 기반이 되는 API를 도입해 NH농협은행의 디지털금융 혁신을 이끌었다. 

2015년 금융권 최초로 설립된 'NH핀테크혁신센터'의 소장을 맡아 핀테크기업들이 NH농협은행의 금융API를 활용할 수 있는 지원 기반도 만들었다.

현재 NH농협은행은 금융권 API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적 금융사로 자리매김했다. 예치금 관리, 예금주 조회, 카드 조회, 지로공과금조회 등 140개의 API를 제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