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이 정유업황의 불황 속에서도 투자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정유와 화학업황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에서 벗어날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불황에도 투자에 고삐 죄, 강달호 코로나19 뒤 바라본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7일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최근 정기보수를 끝마친 대산 2공장의 재가동에 앞서 설비를 시험가동하고 있다.

대산 2공장은 현대오일뱅크의 원유 정제능력인 하루 52만 배럴 가운데 36만 배럴을 담당하는 주력공장으로 가동 여부가 현대오일뱅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오일뱅크이 대산 2공장을 재가동하면 매출 회복에 그치지 않고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 사장이 정기보수기간에 대산 2공장의 상압 증류설비(CDU)와 중질유 탈황설비(RDS)를 증설하는 2480억 원의 투자를 병행했기 때문이다.

대산 2공장이 재가동하면 현대오일뱅크의 경질유 생산능력은 기존의 하루 10만 배럴에서 12만 배럴로, 저유황유(LSFO) 생산능력은 하루 5만 배럴에서 6만7천 배럴로 각각 늘어난다.

두 제품은 정유제품 가운데서도 운송연료로 쓰이는 고부가 제품들이다.

강 사장의 투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오일뱅크가 일본 코스모오일과 만든 합작사 현대코스모의 방향족(아로마틱스) 생산설비 효율화에 1천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도 정기보수와 함께 이뤄졌다.

이에 앞서 4월 강 사장은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롯데케미칼과 함께 진행하는 중질유 분해설비(HPC) 건설의 2조7천억 원 투자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케미칼과 진행하는 HPC 프로젝트는 2021년 설비 가동을 목표로 진행하는 투자인 만큼 당장의 투자규모가 크지는 않다.

정기보수기간에 진행한 증설 및 효율화 투자도 현대오일뱅크가 1조8천억 원가량의 현금예금(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유동채권 등 즉시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투자는 아니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가 실적과 재무구조 모두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 사장의 계속되는 투자 결정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이 2017년 1조1378억 원에서 2018년 6610억 원, 2019년 5220억 원까지 줄었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손실 5632억 원을 봤다.

이 기간 부채비율은 116.1%에서 142.7%까지 높아졌다.

강 사장은 앞서 3월 현대오일뱅크 모든 임원의 급여를 20% 줄이고 경비 및 예산을 70% 삭감하는 비상경영체제를 결정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도 정제설비 고도화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관련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4사 가운데 고도화율(전체 원유 정제능력 가운데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는 비율)이 40.6%로 가장 높다. 글로벌 정유사 전체로 비교군을 넓혀도 최고 수준이다.

화학사업에서도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잘 돼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코스모뿐 아니라 롯데케미칼과 만든 합작사 현대케미칼, OCI와 만든 합작사 현대OCI 등을 통해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는 저유가와 코로나19가 겹쳐 정유와 화학 모두 업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대규모 적자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진정국면에 들어서면서 물동량이 회복되고 정유제품과 화학제품의 수요도 회복될 것이라고 정유업계는 바라본다.

강 사장은 업황이 개선되는 시기에 현대오일뱅크가 최대한의 수혜를 볼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강 사장이 정기보수기간에 진행한 투자로 현대오일뱅크가 연 1100억 원의 이익 개선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2021년 가동하는 중질유 분해설비가 연 영업이익 4천억~5천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