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이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피해보상에 나서는 반면 대신증권은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 사이에서 두 회사의 후계자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이사 부회장과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의 평가가 갈린다.
 
신영증권 원종석과 대신증권 양홍석, 신뢰경영 놓고 다른 후계자 행보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3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과 개별보상 비율과 관련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신영증권은 3월23일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 가운데 처음으로 자율보상안을 발표하고 판매금액 890억 원 가운데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신영증권에 제기된 금융감독원 소비자 민원 4건이 모두 취하되기도 했다.

손실규모나 책임 소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 너무 이른 조치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원종석 부회장이 내세워왔던 '적극적 투자자 보호'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원 부회장은 원국희 회장이 내세운 신즉근영(信卽根榮), ‘신뢰가 곧 번영의 근간이 된다’는 철학 아래 투자자 중심으로 내실있는 경영을 펼쳐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영증권은 투자자 보호를 앞세워 원 회장이 인수한 뒤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었는데 아들인 원 부회장도 그 기록을 지켜오며 올해 연속 50년 흑자를 목표로 두고 있다.

신영증권과 달리 대신증권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선보상과 관련해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섣부른 보상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2020년 1분기 말 기준 환매연기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가운데 대신증권이 판매한 펀드금액은 신영증권이 판매한 규모의 2배가 넘는 1992억 원에 이른다.

대신증권은 라임자산운용의 부실자산 처리를 위한 배드뱅크에 참여해 보상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출자규모 결정에만 한 달이 걸린 만큼 보상이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어 피해 투자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대신증권의 이런 소극적 대처에 일부 피해 투자자는 대신증권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선보상 결정으로 주주들이 배임 등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쉽지 않다는 점을 살피더라도 책임자 입장표명 하나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양홍석 사장이 최근 '책임경영'을 내걸었던 만큼 피해 투자자들의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대신증권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사태로 법적 분쟁이 확산하면 양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선이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두 증권사가 보이는 서로 다른 대처의 배경으로 오너 대표이사의 존재 여부도 꼽힌다.

신영증권은 원 부회장이 2005년부터 사내이사직과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반면 대신증권은 양 사장이 사내이사직만 유지하고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내세우고 있다.

대표이사는 경영활동 결과에 공식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리인 만큼 직급으로서 '사장'과는 그 무게가 다르다. 

증권사 가운데 오너가 사장으로 경영활동 전반에 참여하면서 대표이사직을 달고있지 않은 경우는 대신증권을 제외하고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증권 라임자산운용 펀드 피해 투자자 사이에서 '양 사장이 대표이사를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두 증권사 모두 이름에 '믿을 신(信)'을 앞세우고 있는데 두 오너경영자의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후속조치를 놓고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만큼 대신증권은 피해자와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시선이 많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2019년 10월 라임자산운용이 결국 파산에 이른 사건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부실자산 규모는 약 1조6천억 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