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체제 출범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체제’라는 첫 단추를 잘 꿰지 못하면 지도체제 구축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통합당을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게 하려는 주 원내대표의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오늘Who] 통합당 바꾸고 싶은 주호영, 김종인 비대위 출범 첫 시험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이날부터 이틀 동안 진행되는 통합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의 임기를 내년 3월까지로 하는 방안을 들고 당내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 내부에 김종인 비대위 추진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다수지만 김 내정자의 임기를 놓고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의 요구대로 무기한 임기와 전권을 부여하는 데는 대부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인사가 주장하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다음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주장에도 상당수가 반대 뜻을 밝히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그동안 김 내정자와 소통하면서 비대위원장 임기를 내년 3일까지로 하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김 내정자가 내년 3월까지 당권을 잡으면 임기 종료 직후인 4월에 치러지는 보궐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당 장악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내정자와 의견 조율을 마친 만큼 주 원내대표는 당선인 워크숍에서 김종인 비대위체제 출범을 결론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워크숍은 주 원내대표가 원내 사령탑에 오른 이후 가장 중요한 무대나 다름없다.

김종인 비대위체제가 순조롭게 출발하게 된다면 주 원내대표의 소통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원내 리더십이 공고해지겠지만 반대로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무산되면 통합당의 혼란이 가중되고 주 원내대표의 지도력도 큰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지도체제 구축은 통합당의 당면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미래한국당과 통합, 무소속 거물급 정치인들의 복당 문제 등은 지도체제가 꾸려지기 전에 논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한국당과 합당을 가급적 빠른 시기에 마무리하고자 하지만 한국당에서는 통합당의 지도체제가 정비돼야 본격적으로 합당 논의를 진행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통합당이 당장 지도체제로 내세운 김종인 비대위가 좌초하면 한국당과 합당도 기약 없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내 대체적 시각이다.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권성동 등 통합당계 무소속 국회의원 당선인들의 복당도 지도체제가 정비되기 전에 논의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들의 복당 여부가 통합당 당대표와 대선주자 구도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들의 복당 문제도 당대표나 비대위원장이 논의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

주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김종인 비대위체제가 무산되면 통합당은 상당 기간 내홍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개혁보수로 거듭나 2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을 노리겠다는 주 원내대표의 구상도 어그러지게 된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 사령탑에 오른 뒤 통합당의 변화를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당내 일부 인사의 5·18 관련 망언에 사과했고 '5·18특별법' 제정에 협조하겠다는 뜻도 내놓았다. 주 원내대표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모습은 통합당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주 원내대표는 의석 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며 '코로나 국난' 극복을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나 여당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도 거듭 보였다.

그는 이날 통합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이번 워크숍은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행사”라며 “국민과 당원들에게 ‘통합당이 정말 바뀌어가고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도체제가 결정되면 반대 의견을 지니고 있더라도 흔쾌히 도와달라”고 당선인들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