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새 10년 밝힌 삼성전자, 노트20에는 S20 냉정한 평가 끝내야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2월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언팩 2020 행사에서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이대로 간다면 제2의 LG전자가 될 수 있다.”

16만 명이 넘는 글로벌 팔로워를 거느린 IT 인플루언서 아이스유니버스(@UniverseIce)의 말이다.

갤럭시S20울트라의 카메라가 전문평가업체 DXO마크로부터 최신 스마트폰 중 고작 6위라는 평가를 받은 직후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라며 이런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최근 갤럭시S20 시리즈와 삼성전자를 향한 냉정한 평가가 많아지고 있다.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헛말로만 치부하기에는 실제로 갤럭시S20 시리즈가 받아든 성적표가 초라하다.

갤럭시S20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격전지인 미국에서 3월 출시 후 7주 동안 단 한 번도 20만 대 이상 판매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S9, 갤럭시S10이 출시 초기 40~50만 대 팔린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가 집계한 갤럭시S20의 3월 글로벌 판매량도 310만 대로 갤럭시S10 시리즈 첫 달 판매량 480만 대의 65% 수준에 그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에 거는 기대가 컸다. 갤럭시 스마트폰 10주년을 맞은 해에 출시한 제품이자 노태문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취임 후 처음 내놓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노 사장은 갤럭시S20 공개를 하루 앞두고 “새로운 10년을 시작하고 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전까지 써오던 숫자를 건너뛰고 S20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은 그만한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해석됐다.

시리즈 최상위모델인 갤럭시S20울트라는 1억 화소에 100배 줌 등 최고의 하드웨어 사양을 갖췄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미지 처리 등 소프트웨어 기술도 동반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새로운 10년을 열어가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정작 갤럭시S20의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소 높은 가격과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시장의 악재 등이 이유로 꼽히지만 여기에만 갤럭시S20 부진의 원인을 찾기는 부족하다.

결국 갤럭시S20은 사용자들이 원하는 혁신적 경험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갤럭시S20은 출시 후 화면의 녹조현상, 느린 자동초점(AF) 속도, 특정 줌구간의 화질 저하 등 여러 논란이 이어지면서 높았던 기대가 오히려 실망으로 돌아왔다.

앞서 인용한 IT 인플루언서 아이스유니버스(@UniverseIce)는 “삼성전자는 갤럭시S20울트라를 최적화하지 않았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대단한 숫자들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사용자 경험을 무시하면서 갤럭시S20 시리즈의 치명적 문제가 대거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1억, 100배, 이런 숫자에 매몰돼 정작 사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족한 부분에 소홀했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새롭고 혁신적 사용자 경험'을 강조한 노 사장의 말을 무색케하는 평가나 다름없다. 삼성전자가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저가 제품군인 갤럭시A 시리즈와 갤럭시M 시리즈를 강화하면서 코로나19로 찬물을 맞은 스마트폰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물론 갤럭시A 시리즈가 많이 팔리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1위를 지키고 실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갤럭시A 시리즈의 성공이 노태문 사장이 말하는 새로운 10년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을 주도하고 업계 판도를 바꾸는 힘은 결국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기함) 제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출시할 갤럭시노트20에 시선이 쏠린다. 갤럭시S20의 아쉬움을 만회할지 잇따른 플래그십 흥행 부진으로 2020년이 삼성전자에 ‘흑역사’로 기록될지가 갤럭시노트20에 달렸다.

갤럭시노트20의 사양과 정보들이 서서히 알려지고 있어 출시가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경쟁력있는 신제품을 예정대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는 높이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삼성전자에게 필요한 것은 완성도 높은 스마트폰으로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일이다. 출시 예정일을 맞추면서 최고의 스마트폰을 선보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혹여나 삼성전자가 급한 마음에 서두르다 또다시 사용자를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의 최정상에 있는 기업이다. 실수가 두번 연속 이어지면 실수가 아니라 실력으로 굳어진다. 

이번에야말로 새로운 10년, 업계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흥행에도 성공해 위상을 드높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