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프리미엄TV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롤러블(두루마리형)TV를 예정대로 출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아 롤러블TV 등 프리미엄 제품에 관한 흥행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LG전자 야심작 롤러블TV 출시 의지 그대로, 코로나19 장기화가 변수

▲ LG전자 롤러블TV '시그니처 올레드R'.


15일 LG전자에 따르면 65인치형 롤러블TV ‘시그니처 올레드R’ 출시일정은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초 예고했던 것과 달라지지 않았다.

LG전자 관계자는 “롤러블TV를 올해 상반기, 늦어도 3분기 출시한다는 일정에서 변동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당초 2019년 말 출시하기로 했는데 한 차례 연기한 만큼 이번에는 출시시기를 지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롤러블TV는 올레드 디스플레이 패널을 둘둘 말아 보관할 수 있는 제품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폼팩터(제품 형태)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LG전자의 프리미엄TV 경쟁력을 높일 제품으로 꼽힌다.

LG전자는 그동안 올레드TV를 선도해 왔지만 이제 기존 올레드TV를 뛰어넘은 혁신을 선보여 새로운 프리미엄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 LG전자가 올레드(OLED, 유기발광 다이오드)TV 마케팅에 힘을 실으면서 올레드 생태계 자체는 확대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올레드TV 판매량이 들어 처음으로 분기당 100만 대를 넘었다.

하지만 정작 LG전자의 올레드TV 점유율은 2019년 1분기 62.4%에서 2019년 3분기 49.8% 등으로 점차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올레드진영에 합류하는 기업이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올레드TV 제조사는 2019년 15개에서 2020년 19개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로서는 롤러블TV와 같은 '신무기'가 점점 절실해지는 셈이다.

일단 롤러블TV에 관한 국내외 시장의 기대감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IT매체 씨넷은 “LG전자의 롤러블TV는 지난 두 해 동안 열린 CES(소비자 가전전시회)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IT매체 테크레이더는 “지금까지 전시회에서 본 제품 가운데 가장 멋지고 주목할 만한 TV”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최근 코로나19로 세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해 롤러블TV 등 프리미엄TV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20년 4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가량 역성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성장률이 0보다 낮아지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롤러블TV는 기존 올레드TV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기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씨넷은 롤러블TV가 6만 달러에 판매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77인치형 올레드TV 신제품 가격이 1250만 원으로 매겨진 것과 비교해 훨씬 비싸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롤러블TV와 같은 차별화 제품에 관해 고객의 반응은 당연히 긍정적이겠지만 높은 가격이 대중화의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기술 차별화와 원가 절감은 시간과 돈의 문제이며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공백은 돈의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TV사업에서 해외 및 오프라인 비중이 큰 것도 롤러블TV 전망을 장담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롤러블TV와 같은 고가 제품을 유통하는 데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TV의 52%가 북미, 유럽지역에 출하된다”며 “프리미엄TV 특성상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