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금리 1% 처음 가는 길 선택할까 시장은 시선집중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19년 11월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은 높은 상황이지만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내리는 데 따른 부담 역시 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27일 오전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결정된다.

지난주 초까지만 하더라도 2월 동결, 4월 이후 인하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분위기는 일주일 만에 뒤집혔다. 금리 인하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금리 인하가 함께 이뤄지는 편이 유리하다.

JP모건은 24일 보고서를 통해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역대 최저인 1.0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동결을 예상했던 연구원들도 속속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초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이번에 금리 동결을 예상했으나 ‘지역감염’이라는 새로운 감염경로가 발생했다”며 “소비를 비롯한 경기 하강요인들이 좀 더 부각될 여지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도 25일 “당초 4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쳤으나 상황의 변화로 2월 금리 인하를 전망한다”며 “정부 대응에 동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역시 기존 4월 금리 인하에서 2월 인하로 전망을 바꿨다.

물론 동결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당분간 코로나19 사태를 면밀히 관찰하되 동결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국은행도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부담을 덜고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볼 여지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 때만 해도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사실상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당시 그는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은 효과도 효과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있기 때문에 함께 고려해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최근 해외출장에서 하루 일찍 귀국해 코로나19 관련 긴급간부회의를 여는 등 상황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금리 인하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금리가 내려가면 역대 가장 낮은 1%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부담에 더 해 자칫 ‘유동성의 함정’에 빠지거나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는 등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유동성 함정이란 시장에 현금이 흘러 넘쳐 구하기 쉬운데도 기업의 생산이나 투자, 가계의 소비가 늘지 않아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마치 경제가 함정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9월 보고서를 통해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소폭의 금리 인하는 큰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역시 부담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정부도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저금리를 지목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