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레벨 2~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자동차산업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와 만도 등 낮은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자동차 부품기업들의 기업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030년까지 자율주행 레벨2 수준이 대세", 현대모비스 만도 수혜

박정국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정몽원 만도 대표이사 회장.


이상헌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가 아직 먼 만큼 수익을 내기 어려운 레벨 4~5단계에 막연한 기대를 품기보다는 앞으로 10년 동안 보급 및 확산이 기대되는 레벨 2~3 수준의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부품기업과 시스템통합업체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업체 가운데서는 현대모비스와 만도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레벨 2~3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이 누적되는 방식으로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을 이유로 들었다. 

이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2~3 단계의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기능들이 더해지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전망기관들도 레벨 2~3 수준의 자율주행 보급비중이 현재 10% 미만에서 2030년 절반을 넘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2025년부터 완성차에 자율주행 레벨 3~4 수준의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하고 2035년에야 세계 신차의 19%에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보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 생태계는 △부품(레이더, 자율주행 기록장치, 전방 카메라 등) △시스템(혼잡구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고속도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교차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자율주행 택시, 스마트홈 연계 등) 등 세 영역으로 이뤄지는데 사실상 서비스 영역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의 종착점으로 여겨진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레벨 2~3 단계의 카메라와 레이더 부문에서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라이다부문에서는 2019년 10월 세계 1위 라이다기업 벨로다인에 지분을 투자해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다. 

만도는 고젝, 에스오에스랩(SOSLAB), 스프링클라우드, 뉴빌리티, 쓰리세컨즈, 카본스튜지오, 립하이, 맥스트, 스파르타 등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이날 현대모비스와 만도의 목표주가를 각각 32만 원, 4만5천 원으로 제시했다. 투자의견은 모두 매수(BUY)로 내놨다. 

현대모비스와 만도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17일 각각 24만8천 원, 3만5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의 개입 여부를 기준으로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현재 레벨 3 수준에서 자율주행 상용화가 이뤄지는데 레벨 4~5단계 등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로 가려면 방대한 자율주행 운행 데이터 축적은 물론 자율주행 센서기술 고도화, 인공지능(AI) 결합, V2X(차량과 도로 사이) 통신 등 다양한 기술의 완결성을 높여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 자동차 기술자협회(SA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기준으로 레벨 0에서 레벨 5까지 모두 6단계로 구분되는데 레벨 4부터는 차량 제어 권한이 운전자에서 차량으로 넘어가 사실상 무인차량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2018년 우버와 테슬라의 자율주행차에서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면서 세계 완성차기업 및 자율주행 기업들은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두 사고 모두자율주행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이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일주일 간격으로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되던 우버의 차량이 길 가던 사람을 치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테슬라 모델X가 중앙분리대에 충돌한 뒤 화재로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