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이사가 ‘피하주사형 변환 기술’로 기술이전의 성과를 연이어 터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표는 피하주사형 변환 기술을 거쳐 궁극적으로 ‘바이오베터’에서 성과를 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순재, 알테오젠 '피하주사형 변환 기술'로 기술수출 성공 향해 돌진

▲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이사.


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정맥주사용 의약품을 피하주사용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알테오젠의 ‘피하주사용 히알루로니데이즈(ALT-B4)’ 기술수출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알테오젠은 11월29일 10대 글로벌 제약회사에 ALT-B4를 1조6천억 원에 기술수출했다.

ALT-B4는 피하의 히알루론산을 가수분해하여 정맥주사에서 피하주사 방식으로 약물 전달방식을 변경할 수 있는 기술이다. 환자가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직접 5분 이내에 주사할 수 있어 투약 편의성이 커졌다. 

ALT-B4는 추가로 기술수출이 성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피하주사형 의약품 개발은 세계적 추세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주사형 바이오의약품 가운데 피하주사의 비중은 2010년 초반 20%대에서 현재 40%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정맥주사 의약품을 피하주사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피하주사가 한 번에 주사할 수 있는 양은 1~2ml에 불과한 반면 콜라겐, 엘라스틴, 히알루론 등이 피하에서 지방세포와 혈관을 보호하고 있어 외부물질을 혈관으로 침투하도록 하기가 어렵다.

알테오젠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의 고유한 작용기전을 활용했다. 히알루로니다제는 분해되더라도 빨리 재생되는 특성의 히알루론을 분해해 의약품이 피하조직을 뚫고 침투할 수 있도록 돕는 효소로 기존 의약품에 섞기만 해도 효과를 낸다.

세계 최초로 히알루로니다제를 개발한 미국 바이오기업 ‘할로자임’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10곳의 글로벌 제약사에 약 60여 개 물질을 약 7조 원에 기술수출했다. 알테오젠은 할로자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개발한 기업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알테오젠은 할로자임과 마찬가지로 제약사들에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이전한 뒤 임상을 거쳐 피하주사형 바이오의약품이 판매되면 수수료를 수취하는 사업모델을 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위탁생산기업(CMO)을 선정해 생산능력이 확보되면 파트너십 계약은 더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테오젠은 ALT-B4 기술을 활용해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까지 개발하고 있다.

허셉틴은 전 세계에서 매년 70억 달러(약 82조2523억 원)가량이 팔리는 의약품인데 아직 피하주사형의 바이오시밀러는 없다. 알테오젠은 브라질 제약사 ‘크리스탈리아’와 손잡고 피하주사형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임상1상을 마쳤다. 

박순재 대표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화이자, 암젠 등의 회사들이 정맥주사용 허셉틴 복제약을 선점하고 있다”며 “경쟁을 피하려고 피하주사제로 방향을 돌렸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내 1세대 바이오시밀러 개발자로도 유명하다.

박 대표는 LG생활과학에서 근무했을 때 독일 제약사 머크와 바이오시밀러를 공동개발하는 과제를 맡았다. 성장호르몬 바이오시밀러 ‘유트로핀’이 2006년 시판허가를 받는 데 박 대표의 공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특정 단백질이 사람 몸속에서 오래 유지되는 지속형 기술을 발견해 이를 바이오시밀러에 접목하면 되겠다고 생각해 알테오젠을 세웠다. 알테오젠은 2014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바이오베터’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기반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개선한 약품을 말한다. 알테오젠은 지속형 기술과 항체-약물 접합(ADC) 기술 등 두 가지 바이오베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올해 11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피하주사용 히알루로니데이즈는 바이오베터를 향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