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 2-4 생활권 중심상업지구의 백화점 부지가 수년 동안 유휴부지로 남아있지만 입점 전망은 불투명하다.

세종시의 인구는 백화점이 들어서기에 아직 부족하고 충청권 인근지역에 대규모 유통점포들이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어 세종시에 백화점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세종에 백화점 입점은 불투명, 백화점 부지 용도변경 추진할까 주목

▲ 김진숙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25일 유통업계와 세종지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2-4 생활권 나성동 중심상업지구 백화점 부지 개발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2015년 세종시 나성동 백화점 부지 6만8580m²에 용적률 600%, 최대 50층 높이의 백화점 건립을 추진했다.

토지 가격을 포함해 사업비가 1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지만 유통업계가 수익성이 안 난다는 이유로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아 계획이 무산됐고 현재까지 유휴부지로 남아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2006년 1월 건설교통부 외청으로 설치됐고 2013년 3월 국토교통부 소속으로 바뀌었다. 국토교통부 차관 등 30인 이내의 위원들로 구성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를 두고 100인 이내의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세종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롯데, 신세계 등 굴지의 대형 백화점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지지부진해졌다”며 “백화점 입점을 기대하고 들어온 주변 상권도 몇 년 째 개발이 지연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백화점 입점이 지연되는 이유로는 인구에 따른 수요 부족이 꼽힌다.

유통업계는 백화점이 들어서려면 지역인구가 최소 50만 명은 넘어야 한다고 보는데 세종시는 그 기준에 한참 모자라다는 것이다. 11월 기준 세종시의 인구는 33만6천여 명이다.

백화점 구매력이 높은 50~60대 인구가 적은 점도 작용한다. 10월 기준 세종시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연령대는 3만5839명인 35~39세이고 두 번째는 3만3324명인 40~44세다.

서울에서 출퇴근하거나 숙소를 얻어 지내다 금요일 퇴근한 뒤 서울로 떠나는 공무원들도 여전히 많다.

2019년 공무원 통근버스 운행 예산은 2018년 98억2200만 원에서 106억6200만 원으로 올랐다.
 
세종시는 2030년 인구 목표를 신도심 50만 명, 읍면지역 30만 명 등 모두 80만 명으로 잡고 있다. 백화점이 들어설만한 충분한 인구가 되기 전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백화점 입점 문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충청권 인근지역에 대규모 유통점포가 여럿 들어서는 점도 세종시의 백화점 입점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신세계는 2021년 대전시 유성구 엑스포 과학공원에 조성하고 있는 복합엔터테인먼트 시설 사이언스 콤플렉스에 백화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점이 문을 열면 천안점에 이어 충청권에 두 번째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게 된다.

사이언스 콤플렉스는 중부권 전체를 배후 수요지로 보고 있기 때문에 세종시에 새로 백화점이 들어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청주에 스타필드를 출점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현대백화점은 2025년 개장을 목표로 대전시 유성구 용산동에 프리미엄아웃렛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아웃렛 매장 이외에도 호텔과 컨벤션센터, 영화관, 테마공원 등이 함께 들어선다.

한화는 대전갤러리아타임월드를 운영하고 있고 천안점 매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세종에 새로 백화점을 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롯데백화점도 대전점이 있고 2017년 세종시 어진동에 생활용품전문점인 엘큐브리빙을 개장했다.

AK플라자는 백화점보다 규모가 작은 쇼핑몰 형태로 지역 상권별 특색에 맞게 입점 브랜드를 구성하는 매장인 ‘AK&’ 세종점을 운영하고 있다.

세종시의 도시계획을 총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2-4 생활권을 대상으로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어 시선이 모인다.

행복청이 6월 발주한 ‘2-4 생활권 중심상업 업무지역 리뷰 및 기능조정 전략수립’ 용역결과가 2020년 1분기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용역결과에 따라 나성동을 중심으로 한 상업지역 가운데 일부 구역의 용도변경이 이뤄질지가 관심대상이다. 

백화점이 사양산업이기 때문에 다른 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용도변경을 해야 한다는 시선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 상가의 공실률도 높고 도로가 좁아 백화점의 수익이 나기 힘든 구조”라며 “현재 백화점 부지의 지구단위계획은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된 백화점이 들어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종시는 장기적으로 봐라봐야 한다”며 “백화점이 들어서면 주변 상권도 활성화되는 만큼 늦어도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백화점이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행복청은 3월 행정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세종청사에 추가로 입주하는 기관의 부지 확보를 위해 2-4 생활권 나성동 상업업무시설 3개 필지를 공공기관 용지로 용도변경을 한 바 있다. 

행복청 관계자는 “용역을 통해 이미 조성된 상권의 용도 적정성 여부 등 종합적 상황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청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는 백화점 부지를 활용하는 임시방안도 마련했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 세종특별본부, 세종시청과의 협의를 통해 12월 안에 백화점 부지를 정비하고 2020년 3월 꽃을 파종해 꽃밭을 조성하기로 했다.

행복청 관계자 “백화점 부지는 장기적 과제”라며 “세종시의 건의에 따라 미관을 저해하고 있는 현 부지에 꽃을 파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