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서울에서 벌어지는 주요 도시정비사업 가운데 두 번째 규모로 꼽히는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가장 먼저 단독으로 입찰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 GS건설 등 경쟁사가 올해 최대 규모인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 힘을 주는 사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파고들 전략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건설, 최대어 '한남3구역' 대신 대어급 '갈현1구역' 수주 집중

▲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


4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최근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조합에 단독입찰 확약서를 보낸 것은 공동도급(컨소시엄) 가능성에 관한 조합원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한 의사결정으로 분석된다.

이 사업에 단독입찰을 공식화한 것은 현재로서는 롯데건설이 유일하다.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원의 과반수가 건설사 단독입찰을 원하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의사를 경청하고 신뢰감을 쌓아 11일 입찰 마감 이후 본격화할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애초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조합이 내건 입찰공고문에는 컨소시엄 불가 항목이 없었다. 하지만 이후 건설사들이 컨소시엄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단독입찰을 원한다는 서명운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사업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하반기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사업들 가운데 그 다음 중요한 사업으로 꼽힌다. 공사비는 9100억 원 수준으로 올해 도시정비시장에서 보기 드문 대어급으로 평가된다. 

경쟁사인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두 사업 모두를 준비하고 있는 것과 달리 롯데건설은 갈현1구역 수주전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3.3㎡ 당 공사비를 경쟁사보다 낮게 제시하는 등 최저가 입찰을 준비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롯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8위의 주택사업 강자이지만 현대건설과 GS건설 모두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 2위, 4위의 만만치 않은 상대인 만큼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한 곳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현대건설과 GS건설은 갈현1구역과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전력분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 비용 등 조직역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공사비만 2조 원에 이르는 대형사업으로 규모나 입지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 향후 이어질 한남2,4,5구역 수주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 삼성물산을 제외한 상위 5위권 회사가 일찌감치 경쟁을 예고한 터라 각 건설사들의 자존심 대결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최근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조합이 각 건설사에 의견표명을 요구하며 보낸 공문에 단독입찰 확약서 회신으로 응답했다.

롯데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현재까지 3건의 수주성과를 올렸다. 상반기 인천 신촌구역 재개발과 대구 달자01지구 재건축사업에서 모두 4천억 원의 수주잔고를 쌓았고 최근 김포 북변5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따내며 2600억 원가량을 추가했다.  

롯데건설은 2018년 도시정비사업에서 1조5천억 원어치 일감을 수주해 대형건설사 가운데 4위에 올랐는데 지난해와 비교하면 아직까지 규모 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은 롯데건설이 하반기 수주전을 준비하는 도시정비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롯데건설이 이 사업을 따낸다면 단숨에 수주잔고를 늘릴 수 있다.

롯데건설은 남은 기간 서울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 광주 풍향구역 재개발,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사업 등 참여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단독입찰 확약은 공식적,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조합원들의 의사를 인지함에 따라 이뤄졌다”며 “올해 도시정비시장 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지만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해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