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화가 방향족제품의 고도화설비 투자를 통해 화학사업을 다변화한다.

대한유화는 이 투자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화학사업 수익성까지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유화, 방향족 고도화 투자로 화학사업 다변화와 수익성 모두 노려

▲ 정영태 대한유화 대표이사 사장.


10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해보면 대한유화는 기초 화학제품의 수익성 하락을 고도화설비 투자로 극복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에틸렌과 벤젠 등 기초유분의 수익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대한유화는 다운스트림 제품을 생산해 장기적으로 이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9일 대한유화는 연 30만 톤의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설비를 짓기 위해 3천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설비의 예상 완공시점은 2021년 12월, 예상 가동시점은 2022년 3월이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대한유화는 한화토탈(105만 톤), LG화학(68만 톤), 롯데케미칼(57만 톤), SK종합화학(46만 톤)에 이은 국내 5위의 스티렌모노머 생산회사가 된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유화가 이 설비를 가동하면 연 매출 1340억 원, 영업이익 390억 원의 증대효과를 꾸준히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투자는 대한유화가 단순히 수익 증대효과를 누리는 것을 넘어 사업구조 자체를 다변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지금까지 대한유화는 올레핀족(에틸렌, 프로필렌) 화학제품 중심의 사업을 진행해왔다. 

대한유화의 최근 설비 투자내역을 살펴보면 2014년 에틸렌글리콜(EG) 21만 톤, 2017년 나프타 분해설비(NCC) 증설, 2018년 폴리프로필렌(PP)/고밀도폴리에틸렌(HDPE) 10만 톤 등이다.

이는 대한유화가 올레핀족 제품을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다운스트림 설비의 투자를 진행해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투자는 방향족(아로마틱스) 계열의 다운스트림 제품을 고도화하는 설비의 투자다. 스티렌모노머는 방향족 제품의 기초원료인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에 에틸렌을 반응시켜 만든다.

스티렌모노머는 사업 전망이 밝아 대한유화가 판매처를 확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렌모노머는 자동차 경량화소재로 각광받는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과 폴리스티렌(PS), 합성고무 스티엔부타디엔러버(SBR)의 주재료다.

LG화학과 다국적 화학회사 이네오스 등 글로벌 메이저 화학회사들은 이미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을 화학사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생산설비를 꾸준히 증설하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화학회사들의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 증설 추세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스티렌모노머는 수요 우위의 수급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대한유화는 이번 설비투자를 통해 수익성 개선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대한유화는 그동안 에틸렌 20만 톤, 벤젠 18만 톤을 외부에 판매해왔다. 그런데 스티렌모노머 생산설비가 완공되면 에틸렌 20만 톤 가운데 8만 톤을 자체적으로 소비하고 벤젠은 전량 자가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나프타보다 저렴한 에탄을 통해 에틸렌을 만드는 에탄 분해설비(ECC)들이, 중국에서 에틸렌과 벤젠을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설비들이 잇따라 가동되고 있다. 이에 에틸렌과 벤젠은 공급과잉 추세가 이어지며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플래츠(Platts)에 따르면 9월 첫째 주(2일~6일) 에틸렌은 톤당 810달러, 벤젠은 톤당 702달러에 거래됐다. 1년 전보다 가격이 각각 38.2%, 20% 떨어졌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생산설비들은 앞으로도 추가 가동계획이 이어지고 있어 이들 제품의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만 702만 톤 규모의 에탄 분해설비가 가동을 앞두고 있다.

중국에서는 나프타 분해설비와 에탄 분해설비를 합쳐 2023년까지 모두 800만 톤의 설비 가동계획이 잡혀 있다.

대한유화는 에틸렌과 벤젠의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 속에서 자가소비 비중을 늘려 성장전망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긍정적 계열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대한유화가 스티렌모노머 생산설비를 통해 최대 20%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이번 스티렌모노머 생산설비 투자는 화학사업을 다각화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동안 외부에 판매해왔던 제품들을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전환해 판매하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