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증권 손실의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책임소재 입증 만만찮아

▲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독일금리 기반 파생결합증권 상품의 설명서.

파생결합증권(DLS) 투자로 손실을 봤다는 투자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책임소재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파생상품은 설계, 발행, 운용, 판매 등 여러 과정을 거치는 만큼 외국계 투자은행,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 은행까지 다양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22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금융투자와 IBK투자증권이 이번 파생결합증권 사태와 관련해 주문제작' 방식으로 상품을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미국과 영국, 독일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을 발행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이다.

이 가운데 이 상품을 직접 판매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 유일하다. 하나금융투자와 IBK투자증권은 상품을 직접 판매하지 않고 100% 발행만 맡았는데 이 때문에 은행으로부터 미리 해당 상품을 발행해달라는 '주문제작' 요청을 받았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소시에떼제너랄, 미국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설계한 상품을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이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말도 나온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금리기조가 심상치 않자 금리 인상에 돈을 걸었던 일부 투자은행들이 금리 하락에 대비하기 위한 파생상품을 설계해 이에 따른 피해를 국내 투자자가 고스란히 떠안았다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이전에는 외국계 투자은행이 설계한 파생상품 구조를 국내 증권사들이 사용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현재는 증권사의 수준이 높아져 외국계 투자은행이 설계하는 상품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역시 대부분의 상품이 우리은행이나 KEB하나은행에서만 판매됐다는 점 때문에 은행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펀드 설정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은 자산운용사 고유의 업무로 판매사(은행)의 요구나 지시에 따라 펀드가 만들어졌다면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번 상품은 하나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이 발행하고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HDC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이 이를 펀드(DLF)로 담았다.

하지만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으로부터 해당 상품을 만들어달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위가 자본시장법 위반인 만큼 은행이나 증권사, 자산운용사 관계자가 녹취나 이메일 등의 증거자료를 남겼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주문을 받았다 하더라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운용역이 은행 관계자와 합의를 통해 상품을 설계했다고 말한다면 사실상 법적 문제가 불거질 요인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위험성이 높은 상품을 설계한 데 따른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파생결합증권 상품은 법적으로 제조 및 판매가 허용돼있는 데다 투자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파생상품은 그 자체로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더구나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은 10년 전부터 설계되고 판매되어 왔던 만큼 상품제조 자체가 문제가 될 소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