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콘텐츠인데도 너무 신박(참신)한 아이디어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우리은행이 유튜브 보조채널 ‘웃튜브’에 올린 ‘비오는 날 나른나른 수면제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이라는 동영상에 달린 한 댓글이다. 
 
우리은행 '웃튜브', 브랜드 이름 감추고 참신함으로 젊은층 유혹

▲ 웃튜브 메인화면 캡처.


은행의 예금거래 기본약관을 나른한 목소리로 성우가 읽어주는 이 콘텐츠처럼 우리은행은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는 유튜브 동영상 마케팅으로 젊은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통적 틀을 깬 SNS(사회관계망 서비스)홍보로 미래 고객인 젊은층과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웃튜브는 12일 기준으로 조회 수 275만5천 회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18일 채널을 연 이후 9개월 만에 54개의 동영상으로 이룬 성과다.  

2006년 11월 개설한 우리은행 유튜브 공식채널은 이날 2730만여 회의 조회 수를 보이고 있다. 

이 조회 수 가운데 1800만 회가량이 아이돌그룹 ‘블랙핑크’의 광고영상 조회 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콘텐츠로서 웃튜브의 성장세는 가파른 것으로 파악된다.  

웃튜브는 동영상의 출처가 우리은행임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을 이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웃튜브 로고와 채널 이름, 동영상 제목 어디에도 우리은행과 관련된 요소를 찾을 수 없다. 

우리은행 직원이 출연하거나 동영상의 끝에 우리은행 상품이 소개되는 동영상도 있긴 하지만 이조차도 우리은행 로고를 넣거나 ‘우리은행’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는다. 

우리은행은 유튜브를 통해 경제지식이나 금융상품을 알아보려고 하는 사람도 검색을 통해 찾은 동영상이 광고라는 사실을 알아채면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재홍 우리은행 SNS홍보팀장은 “기업 이름이나 로고가 노출되는 콘텐츠는 방문자의 수용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웃튜브에서 우리은행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며 “브랜드를 직접 노출하지 않아도 동영상이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여러 동영상을 둘러보며 결국 우리은행이 만든 동영상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우리은행이 웃튜브로 거두는 성과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전통적으로 SNS 홍보채널의 성패를 구독자(팔로워)수로 평가해왔다. 페이스북, 트위터는 물론 유튜브에서도 구독자 수를 확보하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런 경쟁에서 한 발 비껴서서 웃튜브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독자를 확보하는 데 쓰일 예산을 콘텐츠 강화에 집중해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웃튜브의 구독자 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웃튜브의 구독자 수는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이미 우리은행 유튜브 공식채널 수준인 8천여 명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팀장은 “구독자수를 추후에 공개할 수도 있지만 현재는 관련 계획이 없다”며 “은행권 SNS채널 홍보 경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어 웃튜브에서는 콘텐츠 강화 등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생애주기 마케팅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사회초년생 급여통장, 장병 적금, 중·고등학생 학생증 계좌 등으로 목표 고객군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최근 SNS 홍보전략은 콘텐츠에 민감한 미래고객인 젊은층을 잡기에도 적합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미래 고객인 젊은층 고객을 늘리기 위해 아이돌 등 연예인을 활용한 SNS 홍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젊은 층은 여전히 은행에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들이 은행을 더 친근하게 느낄 만한 콘텐츠를 강화하는 은행이 앞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