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택공사에 경실련 공세 거세, 경실련 인연 많은 변창흠 '속상해'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4월29일 LH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의 대상에 자주 오르고 있다.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학자 출신으로 과거 시민단체와 뜻을 함께 할 때가 많았던 만큼 속이 상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토지주택공사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토지주택공사를 향한 경실련의 비판이 잦아지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경실련은 7월 판교 10년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해 토지주택공사의 임대차계약서가 불공정약관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토지주택공사가 과천지식정보타운 개발에 민간기업을 참여시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토지주택공사의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8월 들어서는 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공공택지를 통해 민간 건설사 다섯 곳이 6조3천억 원의 분양수익을 챙겼다며 민간에 공공택지 매각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변 사장은 올해 4월 취임했는데 경실련의 이런 전방위 공세가 야속할 법도 하다.

변 사장은 학자 출신으로서는 2009년 통합 토지주택공사 출범 이후 처음 사장에 올랐다. 이지송 초대사장은 건설사 CEO 출신이었고 이재영·박상우 전 사장은 국토부 관료 출신이었다.

국토부나 토지주택공사 내부 출신 사장이 아닌 만큼 과거 토지주택공사의 정책들에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변 사장은 경실련의 공세에 해명자료를 내거나 직접 반박하지 않는 로키(low key)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변 사장이 강경대응하면 자칫 시민단체와 갈등을 키우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주택공사는 택지 폭리분양 의혹에는 “아직 분양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행정소송과 관련해서도 관계자의 입을 통해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변 사장은 경실련 소속으로 활동한 적은 없으나 진보성향 학자로서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 시절 부동산정책을 놓고 유사한 시각을 보여 왔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부동산 가격에 투기거품이 끼어있다는 견해를 제시했고 부동산 개발보다 주거 안정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공유했다.

경실련 주최 토론회에 참석하고 대운하 반대 교수모임에 이름을 올리며 경실련의 대운하 반대 움직임과 동조하기도 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과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의 자문기구에서 함께 활동한 적이 있다. 2008년 6월 출범한 주거환경개선(뉴타운)정책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1년 동안 서울시 주택정책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당시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이었던 윤 사무총장은 현재는 토지주택공사 상대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공공주택 민간매각 중단을 요구하는 등 경실련 공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과 김성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등 실무담당자들도 변 사장의 교수 시절 부동산정책 토론회 등에 패널로 참석하면서 익숙하게 마주쳤던 이들이다.

2018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토론회에서 김성달 국장이 발제자, 변 사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