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머티리얼즈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개발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소재를 국산화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래 수요를 염두에 두고 친환경 소재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머티리얼즈, 일본 수출규제 소재 국산화에서 나아가 친환경 개발

▲ 장용호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9일 SK머티리얼즈 관계자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는 올해 안에 반도체 공정용 고순도불화수소의 샘플을 생산한다.

반도체 공정용 고순도 불화수소는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산화의 필요성이 커진 소재이다.

SK머티리얼즈는 불화수소 생산기술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에 쓰이려면 순도를 99.999%까지 끌어올리는 과제가 남아있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와 별도로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을 준비해왔다"며 "올해 말까지 샘플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머티리얼즈의 반도체 공정 소재 국산화는 SK그룹 차원에서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월 120조 원을 투자해 용인에 반도체 산업집적단지(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불화수소와 포토리지스트를 수출규제하면서 SK그룹 차원에서도 반도체 소재 내재화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은 이미 SK머티리얼즈 산하에 자회사나 합작회사를 만드는 형식으로 반도체 소재 포트폴리오를 늘려왔다.   

SK머티리얼즈는 2016년에 자회사인 SK트리켐과 SK쇼와덴코를 설립했다. SK트리켐은 반도체 회로 위에 화합물을 증착시키는 전구체를 생산하며 SK쇼와덴코는 반도체 드라이에팅 공정에 사용되는 헥사플로로(C4F6), 플루오로메테인(CH3F) 등을 생산한다. 모두 반도체 공정에 특화된 소재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K머터리얼즈는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국산화로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SK머티리얼즈는 불화수소 국산화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를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나섰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소재의 국산화가 활발하지 못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인데 이를 불식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SK머티리얼즈는 9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연구소와 기업이 참여한 ‘IT소재 솔루션 플랫폼’을 출범했다. 이날 출범한 IT소재 솔루션 플랫폼 역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친환경 소재의 연구개발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다. 

SK머티리얼즈는 IT소재 솔루션 플랫폼을 통해 1차적으로 친환경 세정가스나 절연가스를 개발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당장은 삼불화질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세정가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머티리얼즈의 주력제품은 삼불화질소(NF3)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40%에 이른다. 순도 99.999%의 삼불화질소(NF3)는 반도체, LCD, 태양전지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CVD 챔버를 세정하는데 쓰인다. CVD 공정은 반도체 웨이퍼나 LCD 원판에 전연막이나 도전막을 입혀 전기적 특성을 갖게 하는 공정인데 이때 CVD 챔버에 남는 잔류물을 삼불화질소로 제거하게 된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삼불화질소가 지구온난화지수가 높은 제품이라 삼불화질소를 대체하면서 똑같은 세정 역할을 하는 친환경적 소재를 개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SK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절연제 육불화텅스텐(WF6) 역시 지구 온난화지수가 높아 이를 대체하는 가스도 개발하기로 했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IT소재 솔루션 플랫폼과 관련해 “연구기관, 대학교, 기업체 등을 위한 판을 깔아놓아서 이들이 프로젝트별로 모여 회의를 하거나 세미나를 같이 하는 방식으로 함께 소통하고 연구할 수 있는 네트워크”라며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친환경 대체소재가 개발돼 원천기술을 확보하면 SK머티리얼즈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