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3D낸드 반도체 기술 경쟁력에 자신을 얻어 2030년까지 800단 이상의 적층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장기목표를 내놓았다.

SK하이닉스는 기업용 SSD를 중심으로 고용량 저장장치시장 공략에 집중해 낸드플래시 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기술 자신감, '800단' 넘는 3D낸드 적층 개발 야심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9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반도체 세미나 ‘플래시메모리서밋’에서 800단 이상의 3D낸드 기술 개발일정을 처음 공개했다.

2025년에는 500단, 2030년에는 800단 이상의 반도체 적층기술을 확보해 대용량 SSD 저장장치 출시 확대에 따른 성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낸드플래시 저장장치에 사용되는 3D낸드 적층기술은 단수가 높아질수록 같은 공간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늘어나 성능과 생산효율이 높아진다.

SK하이닉스의 128단 3D낸드 기술로 생산하던 15TB SSD에 800단 적층기술을 적용하면 100TB에 가까운 고용량 SSD를 구현할 수 있고 생산원가도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기술에 자신감을 얻어 세계 반도체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계획을 내놓고 있다.

낸드플래시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최근 300단 이상 적층할 수 있는 3D낸드 기술을 공개했다. 하지만 800단에 이르는 중장기 기술 개발계획을 내놓은 업체는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SK하이닉스는 96단 3D낸드 개발에 성공한 지 8개월만인 6월부터 세계 최초로 128단 3D낸드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을 시작했다. 176단 적층기술도 내년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반도체 전문매체 블록스앤파일스는 “SK하이닉스가 중장기 기술 발전계획을 내놓는 것은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주류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를 고객사에 설득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 홈페이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1분기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으로 5위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도시바메모리,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등 상위기업과 비교하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3D낸드 기술 개발에 자신감을 내보이면서 상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가 3D낸드 적층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것은 기업용 SSD를 중심으로 낸드플래시사업 체질을 바꿔내는 데 속도를 내기 위한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3D낸드 기술을 활용한 낸드플래시 성능 개선과 원가 절감효과는 스마트폰이나 PC보다 메모리 용량이 훨씬 큰 서버에 쓰이는 기업용 SSD시장에서 더 확실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공급분야는 아직 스마트폰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큰 폭의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고객사와 가격 협상에도 불리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5G와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신산업 발달로 데이터서버에 필요한 저장장치 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사업에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은 기업용 SSD시장 규모가 매출 기준으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30.5%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기술 자신감, '800단' 넘는 3D낸드 적층 개발 야심

▲ SK하이닉스의 72단 3D낸드 기반 기업용 SSD.


블록스앤파일스는 “SK하이닉스의 800단 이상 3D낸드 기술 개발 계획은 기업용 SSD시장에서 더 중요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웰스파고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기업용 SSD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초 1% 미만에 그쳤지만 올해 3월 기준으로 3%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72단 3D낸드 기반의 기업용 SSD를 적극적으로 양산해 공급 확대를 추진한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96단과 128단 또는 그 이상의 적층기술 적용이 기업용 SSD로 점차 확대된다면 SK하이닉스가 기업용 SSD시장에서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낸드플래시의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기에 3D낸드 공정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업용 SSD 라인업 확대와 판매 비중 확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