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가 GS25, CU 등 편의점업계 양강체제에서 세븐일레븐의 입지를 지키기도 힘겨운데 ‘일본 브랜드’ 논란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에 직면했다.

5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승인 '엎친데 덮친격', 편의점 경쟁에 세븐일레븐 ‘일본브랜드’ 논란

▲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7월 편의점 브랜드 평판지수를 조사한 결과 세븐일레븐은 2018년 7월과 비교해 브랜드 평판지수가 27.5% 하락했다. 

GS25와 이마트24 등 편의점도 같은 기간 브랜드 평판지수가 각각 7.7%, 10% 떨어졌지만 세븐일레븐의 하락폭이 눈에 띄게 크다.

세븐일레븐은 6월만 해도 브랜드 평판지수 3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7월 이마트24에 3위 자리를 내주고 4위로 내려앉았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세븐일레븐의 국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이 4일 전국 9700여 개 가맹점주용 내부 인트라넷에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입니다’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올렸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오히려 논란에 더 불이 붙었다.

코리아세븐은 공지문에서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브랜드로 미국 세븐일레븐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고 밝혔지만 다수의 누리꾼들은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미국 태생인 세븐일레븐이 1991년 일본 유통기업 이토요카도에 지분이 매각돼 현재 일본 세븐앤아이홀딩스 소유라고 하던데”라며 “한국 세븐일레븐이 미국에 로얄티를 준다지만 그 돈이 다시 돌아 일본 세븐일레븐 본사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코리아세븐이 ‘일본’과 친밀한 기업이라는 인식이 뿌리박힌 롯데그룹의 자회사라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코리아세븐은 한국 롯데지주가 지분 79.66%를 들고 있고 계열사, 특수관계인 등을 포함한 롯데그룹 지분이 97%에 이른다. 

롯데지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 중심의 지주회사체제를 만들기 위해 2017년 세운 회사로 일본 주주들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와는 지분구조가 다르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여전하다.

정 대표는 브랜드 이미지(BI)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세븐일레븐을 둘러싼 ‘일본 브랜드’ 논란이 무겁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7월 창립 31주년을 맞은 올해를 전환점으로 삼아 세븐일레븐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객 친화적이고 젊은 이미지로 다시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브랜드 재정립을 통해 앞으로 30년을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대표는 7월 중순 세븐일레븐의 새로운 외관 디자인을 공개하며 “이제 편의점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라이프 플랫폼이 됐고 고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와 메시지를 담은 브랜드 이미지(BI) 전략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리아세븐은 8월부터 세븐일레븐 신규점포와 재계약을 끝낸 점포를 중심으로 새로운 외관 디자인을 적용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테리어와 시설, 장비 등 비용은 모두 본사에서 부담한다.

세븐일레븐은 또 7월 말 소포장 야채, 소포장 과일, 밀키트(손질된 재료가 담긴 반조리 간편식) 등 ‘생활 먹거리’를 강화한 새로운 편의점 모델을 도입하는 등 종합 쇼핑문화공간으로 변신도 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서울 용산구에서 1호점을 연 세븐일레븐 ‘푸드드림’ 매장 오픈 행사에 직접 참석해 세븐일레븐을 단순한 소비공간을 넘어 일상 생활쇼핑 및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열의를 보였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세븐일레븐에 새로운 외관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 재정립 전략은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해온 것으로 최근 불거진 ‘일본 브랜드’ 논란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다”면서도 “세븐일레븐은 9700여 소상공인 가맹점주를 가족으로 두고 있는 만큼 일본 브랜드 논란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