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세계 타이어업황 악화로 올해 실적이 크게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은 유럽과 북미에서 중저가 브랜드를 앞세워 교체용 타이어 판매를 늘리고 북미에서 유통망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오늘Who] 조현범, 타이어업황에 맞서 한국타이어엔테크놀로지 분투

▲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



5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조 사장은 유럽과 북미에서 교체용 타이어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전략 브랜드인 ‘라우펜’의 판매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라우펜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2014년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 내놓은 중저가 타이어 브랜드다. 

조 사장은 유럽에서 당장 신차용 타이어(OE) 물량 확보가 어려운 만큼 우선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교체용 타이어(RE) 판매를 늘리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교체용 타이어 판매가 늘어나면 물량 감소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고정비가 증가해 수익성이 나빠지는 악순환고리를 끊는 데도 도움이 된다.

유럽시장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새 배출가스 규제(WLTP)가 시행되면서 자동차회사들이 신차를 내놓는 대신 재고차량을 판매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면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수주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교체용 타이어시장의 상황은 유럽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중국산 타이어 판매가 줄어들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저가형 타이어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미국 교체용 타이어시장에서 수입산은 68%를 차지한다. 이 시장에서 중국산 타이어 점유율은 2014년 20%까지 올랐다가 이후 쭉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한 2018년에 3.5%로 뚝 떨어졌다. 

조 사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오랜 시간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쓰며 17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판매를 꾸준히 늘려온 만큼 라우펜으로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층까지 공략한다면 더욱 빠르게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봤을 공산도 크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올해 2분기에 북미에서 지난해보다 타이어 매출은 감소했지만 고인치 타이어 판매비중은 2018년 2분기보다 4.1%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타이어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조 사장은 북미에서 유통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북미에서 추가로 유통업체를 확보해 소비자들이 손쉽게 타이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판매 채널을 더욱 다양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기존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계약을 맺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파산위기를 겪으면서 타이어 판매에 타격을 입은 만큼 안정적 유통망을 확보하는 일은 필수과제로 꼽힌다.

그동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북미지역에서 아메리칸타이어디스트리뷰션(ATD)과 시어스를 통해 교체용 타이어를 판매해 왔는데 이 회사는 파산위기에 내몰렸다 간신히 살아났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올해 2분기에 북미와 유럽 등에서 부진한 실적을 거둔 한 가지 요인으로 유통 경쟁력 약화를 꼽기도 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북미에서 유통망이 불안정해 2분기 실적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김진우 연구원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부진한 실적을 낸 내부적 요인으로 ‘상대적 취약한 유통망’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등을 대상으로 신차용 타이어 수주물량 확보에 힘쓴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는 자동차 수요가 침체한 데다 중국 정부가 수입산 타이어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까지 검토하고 있어 조 사장이 따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올해 2분기에 국내를 비롯해 중국, 유럽, 북미 등 세계 모든 지역에서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올해 실적 눈높이를 낮췄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7500억 원에서 6천억 원으로 낮춰 잡았다. 2012년 영업이익 3086억 원을 낸 뒤로 가장 낮은 수치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