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산하 연구소들이 거시경제 중심의 공적 연구기관 역할에서 벗어나 각 금융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다.

고객들의 실생활에 밀접한 정보를 제공하며 접점을 만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지속가능경영, 녹색금융 등 각 그룹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금융지주의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산하 연구소도 '싱크탱크'로 진화

▲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계 금융그룹 8곳 가운데 7곳이 자체적으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 pixbay>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이 사업부문별로 매트릭스조직을 꾸려 권력구조뿐 아니라 사업적 측면에서도 정점에 서게 되면서 금융지주 아래 연구소들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기존에는 거시경제 연구 및 업권별 분석 등에 초점을 맞춘 연구소로서 색채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금융그룹의 경영전략 및 발전과제를 연구하고 내부 직원들에게 금융동향을 알려주고 관련 이슈 등을 연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주가 그룹의 전체적 방향을 이끌고 가는 주체로 전면에 나선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책사’ 노릇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운영현황을 살펴보면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 8곳(한국금융지주 제외) 가운데 JB금융지주를 뺀 7곳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대부분의 연구소들이 한때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운영됐지만 수익에 직접적 기여를 하지 못한 채 비용부담만 커지면서 금융지주 아래 부서 형태로 흡수됐다.

금융회사 연구소들은 그동안 거시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 연구 등을 바탕으로 금융컨설팅과 연구용역 등을 통해 수익을 냈다. 하지만 최근 핀테크 등에 영향을 받아 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거시경제와 관련된 연구의 사업 활용성이 떨어지면서 연구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미래전략연구소와 KB경영연구소, NH금융연구소, BNK금융경영연구소, DGB경영연구소 등이 현재 각 금융지주사 아래 부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KEB하나은행의 사내독립기업(CIC)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금융경영연구소만 현재 유일하게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최근 금융지주 연구소들은 외부적으로는 실생활에서 트렌드 분석 등을 제공하는 일상생활 분석정보 등을 제공하고 내부적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한 계열사 경영전략 등에 힘을 보태면서 그룹의 ‘싱크탱크’로 거듭나고 있다.

각 연구소는 기존에 해오던 거시경제 및 업종별 산업분석에 더해 은퇴 자산관리, 1인 가구, 글로벌 금융시장, 부동산 등 고객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고객들의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각종 금융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트렌드에 적합한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고객들이 생활에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BNK금융경영연구소와 DGB경영연구소 등 지방금융지주 연구소들은 그룹이 각 연고지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지역경제 동향 및 지역 주력업종 분석 등에 더욱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각 금융지주 연구소는 필요에 따라 따로 연구센터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연구과제를 발굴·수행하고 있으며 지속가능경영, 녹색금융, 해외 선진사례 분석 등 미래전략을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외부에 꾸준히 공개하던 연구보고서 분량을 줄이며 그룹 내부에 금융흐름 및 고객 동향, 신사업 가능성 등을 전달하는 역할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금융지주 연구소들이 독립법인에서 부서로 축소되는 등 존폐 위기를 겪으며 당한 ‘계륵’ 취급에서 벗어나 그룹의 현재 사업략 및 미래사업의 청사진을 그리는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구소장은 퇴임한 임원이 잠시 자리를 맡거나 ‘낙하산인사’ 꼬리표가 붙은 인물들이 맡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언론 출신, 컨설팅 전문가, 전문 연구위원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 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며 “역할 변화에 맞춰 연구소장의 면면도 색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