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5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본확충을 이어가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잇따른 자본확충으로 우리금융지주의 자본 안정성이 높아진 데 힘입어 우리카드나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 자금을 투입하기가 수월해졌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자본부담 덜어, 우리카드나 케이뱅크 수혈하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는 18일 5천억 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에 앞서 3500억 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을 세워뒀지만 수요예측에 6470억 원의 자금이 몰리며 발행규모를 늘렸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권 등과 함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자본으로 잡힌다.    

우리금융지주는 6월 우리은행으로부터 중간배당 6760억 원을 받았고 3천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도 발행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더해져 1조5천억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손 회장은 잇따른 자본확충으로 자본 안정성에 관한 시름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 출범 첫 해인 올해 내부등급법보다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는 표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지주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분기 말 기준으로 11.06%로 나타나 KB금융지주(15.76%), 신한금융지주(14.03%), 하나금융지주(14.79%)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우리금융지주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분기 말보다 0.2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6월 이뤄진 우리은행 중간배당과 후순위채 발행금액까지 반영되면 우리금융지주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분기 말보다 0.7%포인트가량 높아져 11.8%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자본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인 10.5%를 여유있게 웃돌게 되는 셈이다. 

손 회장은 자본 안정성을 지키는 선에서 쌓아둔 자금을 효과적으로 쓸 방안을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처럼 공격적으로 금융회사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지만 중대형 증권사 등 평소 관심을 둔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카드나 케이뱅크에  자금을 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카드는 1분기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을 뜻하는 레버리지 비율이 5.75배에 이르렀다. 

정부는 카드사가 무리한 영업으로 재무적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카드사의 레버리지 비율이 6배를 넘지 못하게 정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이를 지키기 위해 할부결제 등 저수익자산 비중을 줄여 지난해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분기 순이익은 24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9% 줄었다. 

우리카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을 늘릴 수 있도록 우리금융지주가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손 회장이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 자본을 투입하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케이뱅크는 12일 가까스로 276억 원의 유상증자에 성공했지만 대출영업 등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추가 유상증자가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지분 13,79%를 보유한 최대주주주로 케이뱅크의 추가 유상증자가 있다면 핵심적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의 케이뱅크 투입 가능성을 부인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주주는 우리금융지주가 아닌 우리은행이기 때문에 우리금융지주가 확충한 이번 자금은 케이뱅크 유상증자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손 회장이 우리금융지주의 자본 안정성을 높였지만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놓고 앞으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신종자본증권의 회계기준을 자본에서 부채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현재 자본으로 인식되지만 앞으로 부채로 전환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우리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많아 이에 대비한 장기적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