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막내 SUV '베뉴', 당당함으로 젊음의 선택 기다리다

▲ 10일 경기 용인 더카핑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베뉴' 신차 발표회에서 (왼쪽부터) 박지호 매거진 VENUE 편집장, 배예랑 현대차 사원, 이광국 국내영업본부장 부사장, 전지은 연구원, 정우영 연구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가 인정한 차.’ 현대자동차가 엔트리 SUV ‘베뉴’를 홍보하기 위해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글로벌 홍보영상의 주제다.

현대차는 나만의 개성 있는 삶을 추구하는 ‘밀레니얼세대’를 노려 베뉴를 개발했는데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비교할 만큼 성능을 자신한다.

◆ 현대차의 SUV 막내 ‘베뉴’ 탄생

11일 경기 용인 더카핑에서 열린 현대차 베뉴의 시승행사가 열렸다.

베뉴는 현대차가 내놓은 ‘꼬마 SUV’다. 체스로 따지면 지난해 말 팰리세이드로 SUV의 ‘킹’을 완성했다면 베뉴는 ‘폰’을 상징한다.

전장(차량 길이) 4040mm, 전폭(차량 너비) 1770mm, 전고(차량 높이) 1565mm(15인치 타이어 기준)의 규모를 갖췄다. 소형 SUV를 대표하는 쌍용자동차의 티볼리보다 전장이 185mm, 코나와 비교해도 125mm나 짧다.

어떻게 이렇게 작은 차가 SUV로서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현대차는 ‘혼라이프를 즐기는 고객의 동반자’라는 수식어로 베뉴를 설명한다.

혼라이프는 현대차가 새롭게 정의한 용어로 물리적 1인 가구에 국한되지 않고 혼자 밥을 먹거나(혼밥) 혼자 술을 마시거나(혼술) 혼자 영화를 보는(혼영) 등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시하는 사회 트렌드를 뜻한다.

남의 시선을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혼라이프 세대를 위한 첫 차로서 다양한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작지만 당당한 SUV라는 것이다.

베뉴를 향한 현대차의 색다른 접근은 시승행사에 앞서 열린 출시 발표회에서 잘 드러났다.

현대차는 그동안 아반떼와 팰리세이드, 쏘나타 등을 출시할 때 차량 개발과 디자인을 총괄한 임원들을 불러 차를 소개했다. 하지만 베뉴 출시 발표회에서는 회사에 입사한지 갓 3년가량 된 마케팅, 디자인 사원들을 불렀다.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톡톡튀는 개성으로 무장한 젊은 차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시도처럼 보였다.

이들은 무겁고 딱딱한 용어가 아닌 ‘핵인싸(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아이템’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뜻하는 새 소비 트렌드)가 좋은 차’ 등의 통통 튀는 언어로 베뉴를 설명했다.

과연 베뉴가 정말 혼라이프를 즐기는 밀레니어세대의 생애 첫 차로서 새로운 강자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시승기] 현대차 막내 SUV '베뉴', 당당함으로 젊음의 선택 기다리다

▲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연상시키는 '베뉴'의 라디에이터 그릴.

◆ ‘나도 SUV’ 강조된 외부, 다소 아쉬운 내부

개성을 강조하려면 외부 디자인이 중요하다.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차’로 자리매김하려면 외관에서부터 보는 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베뉴의 외관은 ‘얼핏’ 보면 팰리세이드와 흡사하다. 전면부를 넓게 차지하고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이 팰리세이드를 쏙 빼닮았다.

작은 차체 크기 탓에 부족해보일 수 있는 그릴의 면적을 보완하기 위해 그릴 외곽의 크롬 테두리를 과감하게 없앤 점이 특징적이었다. 다만 십자 모양의 그릴 패턴에 도금된 크롬에서 플라스틱 느낌이 난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전면부 하단에 배치된 LED 주간주행등은 사각형 모양으로 큼지막하게 디자인돼 강인한 느낌을 준다.

보닛에는 최근 현대차에 많이 적용된 굵은 선들이 적용돼 불륨감이 더욱 강조됐다.

각진 모양으로 디자인된 측면부는 ‘꼬마’라는 수식어를 거부하고 ‘나도 정통 SUV다’라는 말을 전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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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베뉴'의 리어램프에 적용된 렌디큘러 렌즈.

후면부의 리어램프에 각도에 따라 다양한 패턴으로 반짝거리는 렌디큘러 렌즈가 적용된 점도 인상적이다.

베뉴의 최상위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 ‘플럭스(FLUX)’ 모델에만 적용되는 역삼각형 패턴의 그릴은 개성을 더욱 돋보이고자 하는 고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내부의 각종 제어버튼들은 과하지 않고 간결해 좋은 느낌을 준다.

에어컨과 히터를 조절하는 공조 버튼과 드라이브 모드 변경 버튼이 다이얼식 버튼으로 이뤄져 직관적 제어가 가능했다. 기어노브 등 여러 버튼에 전반적으로 ‘원형’이 많이 사용돼 스포티한 느낌까지 들었다.

다만 차급 탓인지 차량 내부 대부분을 덮고 있는 플라스틱 소재는 상당히 큰 단점으로 보인다. 경형 SUV인 만큼 가격을 고려하다보니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고육지책임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비슷한 가격대인 아반떼보다도 저렴한 느낌을 지우긴 힘들었다.

뒷좌석 공간은 많이 아쉽다.

꼬마 SUV, 혼라이프를 즐기는 사람을 위한 차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앞좌석을 조금만 여유롭게 확보해도 2열 공간의 레그룸(무릎 공간)은 무척 협소해졌다. 키 173cm인 기자가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과 앞좌석 사이에 주먹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다.

만약 이 차의 뒷좌석에 누군가가 장시간 탄다면 차를 타있는 시간이 상당히 곤욕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SUV답게 헤드룸(머리 윗 공간)은 충분히 확보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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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뉴'의 앞좌석을 넉넉히 확보했을때 2열 공간은 협소하다.

◆ 주행성능은 ‘만족’, 내비게이션은 ‘불만’

시승은 본행사장에서 경기 여주 선밸리호텔까지 편도 70km 구간으로 구성됐다.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한 코스로 구성돼 차량의 여러 성능을 부족함 없이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스마트스트림 1.6 엔진과 무단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의 주행성능은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kgf·m의 제원을 갖춘 엔진은 수치만 보면 부족하다 느낄 수 있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능을 뽐냈다. 무단변속기 덕에 변속 충격이 전혀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급가속 때 엔진회전수가 급속도로 높아진 상태에서 계속 유지된다는 점은 다소 거슬렸다.

소음진동 측면에서 베뉴는 확실히 정숙한 차라고 볼 수 있다.

중형 세단급 이상에나 들어가는 이중접합차음유리가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속 120km/h까지는 차를 스치는 바람소리(풍절음)를 전혀 의식할 수 없었다.

안전 측면에서도 충분히 만족할만하다.

현대차는 베뉴에 지능형 안전기술인 전방충돌 방지보조와 차로이탈 방지보조, 운전자 주의경고, 하이빔 보조 등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옵션을 통해 추가 선택할 수 있는 차로유지 보조 기능을 활성화하면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 차가 다른 차선으로 넘어가려할 때 자동으로 스티어링휠이 차의 진행을 바로잡아준다.
[시승기] 현대차 막내 SUV '베뉴', 당당함으로 젊음의 선택 기다리다

▲ '베뉴'의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화면은 다소 과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운전자 주의를 흩트리는 요소는 따로 있었다. 바로 내비게이션 화면이다.

멀티미디어 관련 옵션을 선택하면 8인치 화면의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장치가 탑재된다.

문제는 이 화면이 운전자쪽이 아닌 차량의 가운데쪽으로 쏠려있다는 점이다. 운전자와 마주보지 않는 내비게이션 화면은 시인성 측면에서 분명 마이너스 요소였다.

내비게이션 화면의 디자인도 상당히 투박하다. 화면 외곽의 베젤 두께가 족히 1cm는 넘을 정도로 두꺼워 ‘요즘에도 이런 디스플레이가 나오나’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연비는 좋다.

1시간 5분 동안 70.8km를 달렸을 때 나온 최종 연비는 17.2km/ℓ(노말모드 90%, 에코모드 10%)였다. 17인치 타이어 기준 복합연비가 13.3km/ℓ인데 이를 크게 넘어섰다.
[시승기] 현대차 막내 SUV '베뉴', 당당함으로 젊음의 선택 기다리다

▲ 시승코스를 모두 주행한 뒤 나온 '베뉴'의 연비는 17.2km/ℓ다.

◆ 베뉴, 사야 할까?

베뉴를 시승하며 ‘이 차, 과연 잘 팔릴까?’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계속 떠나지 않았다.

분명 차량의 기본성능에는 부족함이 없다.

중대형 세단도 아니고 고급스러움을 뽐내는 콘셉트를 지닌 차량도 아니니 다소 투박하거나 저렴한 느낌이 들더라도 괜찮다. 급가속 때 엔진이 다소 힘겨워 하더라도 괜찮다. 모두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아무리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를 더 따지는 고객을 위한 특별한 차라고 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고객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베뉴의 가격은 1473만 원부터다. 코나가 1860만 원부터, 티볼리가 1678만 원(수동변속기 기준, 자동변속기는 1838만 원)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베뉴의 최저가격은 6단 수동변속기를 선택했을 때다. 수동변속기 구매 수요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무단변속기를 장착하려고 하면 147만 원이 추가로 붙어 차 가격이 1620만 원부터 시작한다.

그래도 경쟁차종들보다 200만 원 싸긴 하다. 그러나 경쟁차량들에 장착되는 통풍시트가 모든 트림에 옵션으로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뒷좌석에 사실상 누군가를 태우기 버겁다는 점 등을 볼 때 ‘굳이 200만 원 싸다고 혹해 이 차를 사야 하나’ 싶은 생각도 솔직히 들었다.

현대차의 의도대로 정말 혼라이프를 즐기는 고객들‘만’을 위한 차가 아닐까라는 느낌도 들었다.

현대차는 베뉴의 국내 연간 판매량 목표로 1만5천 대를 제시했다. 잘 안팔려 ‘실패했다’는 소리를 듣는 기아차 스토닉의 지난해 판매량은 1만6천 대를 조금 넘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시승기] 현대차 막내 SUV '베뉴', 당당함으로 젊음의 선택 기다리다

▲ '베뉴'의 각종 내부 제어버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