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역대 여신금융협회장 가운데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출발선에 섰다. 카드업계가 어려운 만큼 김 회장의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가 바라는 회장은 ‘강한 회장’이다. 김 회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오늘Who] 여신금융협회 맡은 김주현, '강한' 회장 내걸고 출발선에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김 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다동 협회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업계가 당장 직면한 현안 과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기대와 우려를 모두 알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회원사들은 관료출신이 회장에 오르면 ‘관피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김 회장에게 표를 던졌다.

이번 회장 선거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10명의 후보자가 몰렸다. 유례없이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최종후보군을 추리는 과정도 추가됐다.

당시 최종후보군 3명 가운데 유일하게 민간기업에만 몸 담았던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이 포함되자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드사들이 어떤 회장을 원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대가 큰 반면 다른 한 쪽에선 회의론도 나온다. 과거 관료출신이 회장에 올랐어도 카드수수료 인하를 막기는커녕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낸 적조차 없는 만큼 이번 회장이라고 묘책이 있겠냐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여신금융협회장 자리는 그만큼 부담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누가 해도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김 회장의 앞날에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관피아 논란은 신경쓸 겨를도 없어 보인다.

김 회장은 전날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정당한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강력하게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본연의 역할을 위해서라면 크고 작은 부수적 논란에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나 카드사를 향한 정부의 시선이 싸늘한 상황에서 아무리 목소리를 낸다 해도 통할 수 있을지를 놓고는 부정적 시선이 적지 않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행시 동기이고 정관계에 걸쳐 넒은 인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실제 얼마만큼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1월 말부터 시행된 카드수수료 인하로 올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후속대책으로 발표한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업계가 요구했던 레버리지비율 확대, 부가서비스 축소 등이 제외되면서 카드업계의 불만도 쌓일 대로 쌓여 있다.

카드업계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지각변동에 가까운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부 카드사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는 점 역시 김 회장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덕수 전 여신금융협회장이 주재한 오찬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불참하면서 두 회사의 불화설이 나왔다.

코스트코 전용카드 사업자가 삼성카드에서 현대카드로 바뀌는 과정에서 두 회사가 경쟁적으로 대규모 판촉행사를 벌이는 등 신경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 소속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캐피탈사의 불만도 무시할 수 없다.

김 회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캐피탈사와 관련해 ”분담금이나 업무 비중으로 볼 때 중요한데도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불만에 공감한다”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이사회에 상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98곳의 여신금융협회 회원사 가운데 카드사는 8곳에 그친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업황이 악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전과 같이 카드사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김 회장이 면접 단계에서부터 가장 의욕적 모습을 보여주고 취임 일성으로 강한 협회를 강조했던 만큼 업계에서 그래도 기존보다는 기대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