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7 프리미어 살까, 하반기에 그랜저 부분변경모델 보고 결정할까

▲ 기아자동차 'K7 프리미어'.

준대형 세단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기아자동차가 상품성을 대폭 강화한 K7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모델을 내놓으면서 현대자동차의 그랜저와 K7 프리미어 사이에서 ‘결정 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별로 따져봤을 때 K7 프리미어의 성능이 그랜저를 능가한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그만큼 높은 가격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랜저가 하반기에 부분변경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매시기를 좀 더 늦춰 두 차종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 K7 프리미어, 2.5 가솔린 모델로 그랜저 ‘판정승’

16일 기아차가 사전계약을 통해 공개한 ‘K7 프리미어’의 가격·옵션표(참조용)를 분석하면 그랜저보다 제원과 성능이 대부분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차는 K7 프리미어를 출시하면서 기존 2.4 GDi(직접분사식 가솔린 엔진) 엔진을 빼고 2.5 스마트스트림 GDi 엔진을 장착한 2.5 가솔린모델을 내놨다.

동급 차량인 그랜저 2.4 가솔린모델과 비교했을 때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와 첨단 안전·편의사양 측면에서 K7 프리미어가 더 좋은 상품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최하위 트림 기준으로 K7 프리미어(프레스티지)는 새 엔진인 2.5 스마트스트림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 그랜저 2.4 가솔린 모델은 2.4 세타2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했다.

자동변속기 단수에 따라 변속시 이질감에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K7 프리미어의 제원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내장 요소를 살펴봐도 K7 프리미어에는 계기판에 4.2인치 컬러 TFT LCD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적용된 반면 그랜저는 3.5인치 단색 LCD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7 프리미어의 최하위 트림 가격은 3102만 원인 반면 그랜저 최하위 트림은 3112만 원이다.

트림을 한 단계 높여보면 K7 프리미어를 더 후하게 평가하게 된다. 필수적 요소로 여겨지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과 편의사양에서도 K7 프리미어가 많은 사양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K7 프리미어 2.5 가솔린모델(노블레스)은 전방충돌 경고와 전방충돌 방지보조, 차로이탈 경고, 차로 이탈방지 보조뿐 아니라 후측방충돌 경고, 후방교차충돌 경고, 후방교차충돌 방지보조, 안전하차 보조 등의 기능이 모두 기본으로 장착된다.

그랜저 2.4 가솔린모델(프리미엄)은 전방충돌 방지보조와 차로이탈 방지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에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만 기본으로 하고 있다.

K7 프리미어 노블레스에는 12.3인치 내비게이션이 기본 장착되는 반면 그랜저 프리미엄은 8인치 내비게이션이 최대라는 점도 큰 차이다.

2.5 가솔린 기준으로 K7 프리미어 노블레스의 가격이 그랜저 프리미엄보다 132만 원 비싸지만 대폭 강화된 사양을 고려했을 때 큰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 3.0 가솔린모델도 K7 프리미어 우세

3.0 GDi 모델에서도 K7 프리미어와 그랜저의 차이가 존재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조향장치다.

기아차는 K7 프리미어 3.0 가솔린 모델의 최하위 트림부터 랙구동형 파워스티어링(R-MDPS)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그랜저는 모든 모델에서 랙구동형이 아닌 컬럼구동형 파워스티어링(C-MDPS)을 장착하고 있다.

랙구동형 파워스티어링은 조향 모터가 바퀴를 조향하는 축에 연결돼 있다. 모터가 조향축에 동력을 직접 전달해주기 때문에 컬럼구동형보다 만족스러운 조향감을 준다.

그랜저를 구매한 많은 고객들이 단점으로 많이 지적했던 사항도 바로 이 조향장치였는데 기아차는 과감하게 랙구동형 파워스티어링을 사용함으로써 조향감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그랜저 3.0 가솔린모델은 편의사양으로 K7 프리미어에는 포함되지 않은 ‘운전석 자동 쾌적 제어’ 사양을 담고 있지만 차량의 기본성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3.0 가솔린모델 기준으로 K7 프리미어와 그랜저의 자동변속기는 모두 8단이 기본으로 장착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K7 프리미어 3.0 가솔린가격은 3593만 원부터 책정된다. 그랜저 3.0 가솔린(3495만 원)보다 100만 원가량 비싸다.
K7 프리미어 살까, 하반기에 그랜저 부분변경모델 보고 결정할까

▲ 현대자동차 '2019년형 그랜저'.

◆ 옵션 선택에서도 K7 프리미어 우세승, 그랜저 구매 미뤄야 할까?

기아차가 K7 프리미어 출시를 통해 현대기아차 최초로 모든 트림에서 모든 옵션을 100% 선택 가능하도록 내놨다는 점도 차종 선택에 앞서 꼭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기아차는 ‘심플&이지’라는 콘셉트에 기반해 옵션 운영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기존에는 한 단계 윗급 트림으로 눈높이를 높여야만 선택할 수 있었던 옵션들이 있었는데 K7 프리미어를 선택할때는 △컴포트 △스타일 △헤드업디스플레이(HUD) 팩 △드라이브와이즈 △모니터링 팩(드라이브와이즈 선택시 선택 가능) 등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그랜저는 트림에 따라 옵션 선택에 제한이 있다.

예를 들면 헤드업디스플레이를 선택하려면 최하위 트림보다 한 단계 높은 프리미엄 트림을 무조건 선택해야 한다.

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당장 준대형 세단으로 바꿔야할 필요가 있는 고객들에게 K7 프리미어가 그랜저보다 낫다는 의견이 많은 자동차 커뮤니티에 퍼져 있다.

다만 그랜저가 하반기에 부분변경을 통해 다시 한 번 상품성을 대폭 강화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현재까지 비공개적으로 알려진 자료들에 따르면 현대차는 새롭게 출시할 그랜저의 전장(차량 길이)를 K7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늘릴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C필러(뒷좌석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공간에 위치한 차량 외관 기둥)의 디자인도 새롭게 뜯어 고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새로 출시하는 차마다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대거 기본화하고 있는 만큼 그랜저의 상품성이 K7 프리미어를 앞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