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인수합병(M&A)시장에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연이은 인수합병으로 그룹 전체의 재무부담이 증가한 상황인 만큼 내실을 다질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재현, CJ그룹 공격적 인수합병 숨고르기 하며 내실경영에 집중

이재현 CJ그룹 회장.


16일 CJ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 회장이 올해는 인수합병보다는 내실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J그룹은 아시나아항공 인수 후보군으로 여전히 거론되고 있지만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5월27일 독일 물류기업 슈넬레케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고 CJ제일제당도 최근 미국 식품첨가물기업 프리노바 인수 검토를 중단했다.

반면 비주력사업 매각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CJENM이 지분 53.92%를 보유하고 있던 케이블TV업체 CJ헬로를 LG유플러스에 8천 억 원에 넘기기로 했고 4월 투썸플레이스를 홍콩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게다가 CJ제일제당이 조만간 사료사업부를 분리해 매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CJ그룹의 재무부담을 줄여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인 CJ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15년 말 6조8055억 원에서 지난해 10조4083억 원까지 커졌다. 주요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도 순차입금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 회장은 주력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최근 인수한 기업들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은 지난해 각각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와 미국 물류업체 DSC로지스틱스를 인수했다. 슈완스를 인수하는 데 사용된 자금은 1조9천억 원으로 CJ그룹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인수합병이었다.

이 회장은 올해 3월 말 슈완스와 DSC로지스틱스 본사를 방문해 기존 경영진과 경영전략을 논의했는데 이는 내실 다지기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CJ그룹 관계자는 “슈완스와 DSC로지스틱스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서 통합작업을 진행하고 CJ그룹과 시너지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이 회장이 직접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과거 CJ대한통운을 인수했을 때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이 회장이 2011년 대한통운(CJ대한통운)을 1조9800억 원에 인수했을 때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걱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인수 당시 CJ그룹의 재무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CJ와 CJ제일제당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2013년 기존 CJGLS와 대한통운을 합병한 CJ대한통운을 세워 시너지를 극대화했고 재계 일각의 우려를 완전히 잠재웠다. 대한통운 인수는 CJ그룹이 식품, 바이오, 미디어, 물류 4대 사업군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 됐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인수합병을 통해 CJ그룹을 지금처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인수한 기업의 통합 과정에서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